두산 이영하, 좀처럼 오지 않을 기회 살린 배짱 피칭…LG전 7연승+잠실 17연승

입력 2020-05-06 21: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7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두산 이영하가 마운드를 내려가며 미소짓고 있다. 잠실|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좋은 투수가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은 구위가 아니라 가슴 크기라는 말이 있다. 에이스에게는 배짱이 필요하다. 불펜에서 제 아무리 강력한 공을 던져도 실전 마운드에서 그 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사라진 투수는 많다. 그런 면에서 두산 베어스 이영하(23)는 에이스의 자격이 충분했다.

초등학교 때 전국대회를 제패하는 태권도 꿈나무였던 이영하는 대범하다. 김태형 감독도 인정한다. 프로 데뷔전이었던 2017년 5월 1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외국인타자 버나디노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다음 타자에게 주눅 들지 않고 홈런을 맞은 그 코스로 더 빠른 공을 던져 연속삼진을 잡아낸 이영하를 보면서 될성부른 떡잎이라고 판단해 기회를 줬다.

6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도 김 감독은 이영하의 배짱에 대해 말했다. “이영하는 자기가 제1선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2선발로 나가게 돼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만큼 자기 자신을 믿는 배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지난 시즌 17승4패, 평균자책점 3.64를 올린 이영하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로 유턴한 조쉬 린드블럼의 공백을 메울 에이스로 큰 기대를 낳고 있다. 게다가 미국 야구팬들과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 자신을 보여줄 절호의 쇼 케이스 기회도 얻었다. ESPN을 통해 생중계되는 경기에서 잠재력을 보여준다면 기회의 문은 의외로 쉽게 열릴 수도 있다.

이렇게 잘 깔린 판에서 이영하는 마음껏 기량을 과시했다. 키 191㎝의 높은 피칭 포인트에서 나오는 최고 시속 150㎞의 위력적인 공으로 LG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5회까지 단 2안타만 내준 채 무실점으로 압도했다. 투구수가 80개를 넘어설 즈음인 6회 선두타자 정근우에게 사구를 허용한 뒤 내야수비 실책으로 이어진 무사만루 위기서 박용택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은 것이 옥에 티였지만, 시즌 첫 승 요건을 채우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두산은 3회 정수빈~박건우~페르난데스의 연속안타로 무사만루를 만든 뒤 오재일의 2타점 좌월 2루타, 김재환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최주환의 우월 2점홈런으로 대거 5득점하며 이영하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타격전으로 초반에 승패를 가르려고 할 때는 공격력이 좋은 최주환을, 안정된 수비가 더 필요할 때는 오재원을 선발 2루수로 쓰겠다”던 김태형 감독의 구상은 성공했다. 3회 집중 7안타로 5점을 뽑은 두산은 경기의 주도권을 쥐었고 끝까지 살려갔다. 결국 지난해 8월 17일 잠실 롯데전 이후 7연승, 잠실구장 16연승, LG전 상대로 6연승을 달리던 이영하는 6.1이닝 동안 27타자를 상대로 5안타 2실점(0자책점)하며 그동안 쌓아온 기록에 숫자 1을 더했다.

잠실|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