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이효희 김사니 전설의 세터 언니 제2의 인생 대결

입력 2020-05-10 16:1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05년 V리그 여자부 원년챔피언 자리를 놓고 대결했던 전설의 세터 언니들이 인생 2막 대결을 시작한다. 2005년 KGC인삼공사의 현장 사령관으로 첫 우승을 일궈냈던 이효희(40)와 준 우승팀 도로공사의 김사니(39)가 동시에 지도자로 변신해 후배들을 지도한다.

4번째 FA계약을 꿈꿨던 도로공사의 이효희는 더 이상 현역으로 불러주는 팀이 없자 은퇴를 결정했다. 아직 아픈 곳도 없고 체력이나 기량으로 본다면 선수생활을 충분히 이어갈 수 있지만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세대교체를 노리는 도로공사는 이효희에게 새 기회를 줬다. 마침 김영래 코치가 삼성화재로 자리를 옮긴 터였다. “현역활동이 어렵다면 언제든지 우리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자”는 제의를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2016~2017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던 김사니 SBS해설위원도 IBK기업은행으로부터 코치직을 제의받았다. IBK기업은행 직원신분으로 코치역할을 해왔던 남지연이 프런트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 자리를 대신할 코치가 필요했다. 학생배구 시절에 함께했던 김우재 감독이 김사니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세터 전문가이자 3시즌 전까지 함께 뛰어서 IBK기업은행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의 통로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V리그 세터부문 통산기록 1,2위를 달리던 두 사람은 얽히고설킨 인연으로 배구 팬의 관심을 모았다. 이효희는 2차례나 김사니에 밀려 팀을 떠나야 했다. 첫 번째는 2007년 인삼공사를 떠났을 때였고 2번째는 2010년 흥국생명에서 유니폼을 벗었을 때였다. 하지만 이효희는 신생팀 IBK기업은행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았다. 이정철 감독이 내민 손길 덕분에 10년간 더 선수생활을 이어가며 22년의 현역선수 생활을 했다. 이런 꾸준함 덕분에 V리그 세터부문 통산기록에서 1위로 이름을 올렸다. 인삼공사~흥국생명~기업은행~도로공사 등 거쳐 간 4개의 팀에서 모두 우승했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16년 리우올림픽 8강의 역사도 만들었다.


김사니도 1999년 도로공사를 시작으로 인삼공사~흥국생명~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으며 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4강의 주역으로 국가대표로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V리그 세터 가운데 가장 먼저 1만 세트를 달성했다. 두 사람의 챔피언결정전 맞대결 결과는 1승1패다. 이효희는 2005년, 김사니는 2014~2015시즌에 이겼다.

플레이스타일도 두 사람의 성격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김사니는 양쪽 날개로 뽑아주는 힘 있고 시원한 패스능력과 2단 연결에서 국내 최고를 자랑했다. 장신으로 블로킹 능력도 좋았다. 그의 손을 거치면서 능력이 극대화된 공격수들도 많았다. 이효희는 센터를 이용한 다양한 패턴플레이를 만들어내는 분배능력이 빛났다. 상황을 예측해서 미리 움직이는 센스가 좋아 야전사령관으로 역량을 높게 평가받았다.

이효희 코치는 6일부터 도로공사의 코치로 훈련을 시작했다. 자신이 빠져나간 자리를 대신해줄 이원정과 안예림을 속성 과외를 통해 탄탄한 주전으로 만들어야 할 임무가 있다. 김종민 감독도 이효희의 철저한 자기관리와 배구열정을 알기에 지도자 수업을 응원하고 있다.
김사니 코치도 8일부터 IBK기업은행의 훈련에 참가했다. 이미 우승반지를 1개 차지한 FA영입선수 조송화를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2012~2013시즌을 마치고 당시 흥국생명의 김사니가 아제르바이젠으로 떠나면서 2년차 조송화는 주전세터로 됐다. 이번에 FA선수로 또 한 번 유니폼을 입었다.

현역시절 멋진 대결을 이어갔던 레전드 세터들의 인생 2라운드 지도자 경쟁도 응원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