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브리핑] 승부처서 번트 대신 강공…허문회 감독, “번트로는 2점, 치면 3~4점”

입력 2020-05-12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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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는 개막 첫 주 5연승(1경기 우천순연)으로 2227일 만에 단독 선두에 등극했다. 5승 중 3승이 역전승이며, 특히 ‘약속의 7회’에 점수를 몰아치는 뒷심이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고 있다. 올 시즌에 앞서 롯데 지휘봉을 잡은 허문회 감독은 초보답지 않은 경기 운영으로 눈길을 끄는 중이다.

5연승을 완성했던 10일 사직 SK 와이번스전에서도 이러한 장면은 드러난다. 0-0으로 맞선 7회말, 롯데는 손아섭과 이대호의 연속 볼넷으로 득점권 찬스를 잡았다. 앞선 두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안치홍의 타석. 허 감독은 번트나 작전 대신 강공을 택했다. 그 사이 폭투가 나와 무사 2·3루가 됐고, 안치홍이 땅볼로 물러났지만 정훈의 2타점 적시타에 딕슨 마차도의 투런포가 나와 4-0 리드를 잡았고 그대로 승리했다.

허 감독은 12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당시 상황에 대해 “번트는 생각하지 않았다. 1·2루 때는 수비 폭이 좁아지는 효과도 있다”며 “번트로 1사 2·3루를 만든 뒤 점수를 내도 보통 2점 정도다. 하지만 타격을 해서 점수를 낸다면 3~4점 이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키움 히어로즈 수석코치 때부터 장정석 감독님과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수석 시절부터 하고 싶던 야구다. 선수들의 능력이 있기 때문에 결과가 좋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세이버메트릭스 전문가들이 고안한 기대득점을 살펴보면 무사 1·2루에서는 1.65점, 1사 2·3루는 1.62점으로 전자가 높다. 득점 확률 자체는 1사 2·3루가 높다. 2014년 KBO리그 자료를 살펴봐도 무사 1·2루에는 68.1%, 1사 2·3루에서는 75.1%의 득점이 나오지만 대량 득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번트보다 강공이 낫다는 통계다. 허 감독은 이러한 이론을 수용한 셈이다.

물론 이러한 장면이 ‘번트는 지양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는 없다. 국가대표 2루수 안치홍에 대한 신뢰, 그리고 컨디션을 따져 나온 결과다. 허 감독은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번트를 대기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올 시즌 5경기에서 단 한 번의 희생번트만 댔다.

개막 첫 주 드러난 허 감독의 스타일은 ‘구도부산’ 팬들의 컬러와 맞는 선 굵은 야구다. 화끈함을 기본으로 하되 선수들의 컨디션과 상황을 살피는 컬러가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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