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때 노 젓는다?…‘트로트 예능’ 겹치기 출연 논란

입력 2020-05-13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TV조선 ‘뽕숭아학당’(위)과 SBS ‘트롯신이 떴다’. 사진제공|TV조선·SBS

TV조선 ‘뽕숭아학당’ 동일 가수 섭외
SBS “관례를 깼다…시청자도 불편”

트로트 열기가 최고조에 이르면서 트로트 가수 섭외를 둘러싼 방송사들의 출혈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낯익은 가수가 한정적인 현실에서 이들을 발 빠르게 섭외해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두 방송사의 입장이 충돌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트로트를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일부 가수들의 겹치기 출연까지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의 피로도만 높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논란은 TV조선이 13일부터 ‘뽕숭아학당’을 방송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벌어졌다. ‘뽕숭아학당’ 측은 현재 방송 중인 SBS ‘트롯신이 떴다’의 출연진 가운데 가수 설운도, 주현미, 김연자, 장윤정 등을 섭외해 그와 같은 시간대인 수요일 밤 10시에 방송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SBS은 12일 “TV조선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SBS는 “그동안 방송사들은 소위 ‘겹치기 출연’으로 출연자들과 시청자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해온 것이 오랜 관례였다”면서 “(겹치기 출연 논란으로)출연자들이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TV조선은 출연자들이 1회성 게스트라는 점과 두 프로그램의 콘셉트가 다르다는 이유를 들며 “겹치기 출연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이 같은 갈등 양상을 두고 트로트 열기에 기댄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상황에 이미 예견된 사태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무대는 많고, 시청자 눈길을 끌 만큼 인기 있는 트로트 가수의 수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 예능프로그램 PD는 “KBS 2TV ‘트롯전국체전’ 등 각 방송사가 다양한 트로트 프로그램을 하반기에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트로트 가수 섭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수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두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의 한 관계자는 “애초 같은 시간대 편성만 피해 달라고 ‘뽕숭아학당’ 측에 당부했는데 일이 이렇게 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들 대부분이 방송 욕심보다 트로트가 부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진심이 왜곡되는 모양새여서 더욱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