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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를 둘러싼 모든 것이 마지막까지 완벽했다. 시청률 역시 31%를 돌파하며 비지상파 역대 드라마의 새로운 역사를 남겼다.
JTBC스튜디오의 오리지널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연출 모완일, 극본 주현, 크리에이터 글Line&강은경, 제작 JTBC스튜디오)가 지난 16일 짙은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었다. 쏟아지는 호평 속에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28.4%, 수도권 31.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비지상파 드라마의 최고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우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뜨거운 대미를 장식했다. 지선우(김희애 분)와 이태오(박해준 분)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폭풍을 지나 자신들을 옭아맨 지독한 관계를 끊어냈다. 한순간에 무너진 사랑, 삶을 집어삼킨 상실의 고통과 배신감에 지옥을 맛봤던 지선우는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달려왔다. 자신이 파괴될지라도 멈추지 못했던 지선우, 그 뜨거웠던 폭풍의 잔해를 직시하는 그의 엔딩 내레이션은 마지막까지 사랑과 관계의 본질을 짚어내며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가장 ‘부부의 세계’다운 결말에 시청자들의 뜨거운 찬사가 쏟아졌다.
이날 지선우와 이준영(전진서 분)은 평온한 일상을 되찾았다. 과거의 상처들을 지워나가며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발을 내디디고 있었다. 그러나 이태오의 존재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지선우는 내내 불안했다. 그러던 중 찢어 버렸던 가족사진이 다시 붙은 채로 지선우에게 배달되면서 불안은 가중됐다. 그리고 이태오가 고산을 떠나지 않고 망가진 채로 살아가고 있다는 소문이 지선우의 귀에 들어왔다. 지선우의 불안은 금세 현실이 됐다. 이태오가 이준영을 데리고 간 것.
지선우의 전화에 “준영이가 보고 싶어서,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랬다.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이태오는 위태로워 보였다. 지선우는 이태오에게 달려갔다. 마지막 인사라도 제대로 나누길 원했던 지선우의 바람과 달리, 이태오는 끝없는 집착과 미련을 드러냈다. “우리 새로 시작하자. 처음부터 나한텐 너뿐이었어. 한 번만 기회를 줘. 가족이란 게 원래 그런 거 아니야?”라는 이태오. 지선우보다 더한 환멸과 좌절을 느끼는 건 이준영이었다. 상처가 아물기 시작한 이준영은 다시 흔들렸다. “이제 와서 그런 소리 하면 뭐해. 아빠가 다 망쳤으면서”라고 소리쳤고, 지선우도 “우린 끝났다”며 “준영이 위해서라도 더는 부끄럽게 살지 마. 그게 당신이 준영일 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후회와 미련이 가득한 이태오는 이준영에게 아빠처럼 살지 말라는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돌아섰다.
이태오를 바라보는 지선우의 심경도 복잡했다. 끝이 분명한데도 이태오가 트럭에 치일 뻔한 사고를 보자 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은 지선우였다. 알 수 없는 회한으로 두 사람은 서로를 품에 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준영은 지긋지긋한 상황에서 도망치듯 사라졌다. 그렇게 1년의 세월이 흘렀다. 손제혁(김영민 분)과 헤어진 고예림(박선영 분)은 홀로 섰고, 여다경도 자신의 꿈을 그려가고 있었다. 이태오는 재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선우는 하찮은 감정에 매달려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뼈아픈 각성과 함께 자신의 몫을 살면서 묵묵히 아들을 기다렸다. “저지른 실수를 아프게 곱씹으면서. 또한, 그 아픔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 매일을 견디다 보면, 어쩌면 구원처럼 찾아와줄지도 모르지. 내가 나를 용서해도 되는 순간이”라는 지선우. 이제 스스로를 용서해도 된다는 신호처럼 이준영이 돌아왔다. 뭉클하게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린 지선우의 마지막은 꽉 찬 엔딩을 선사했다.
지선우와 이태오는 이준영을 잃고 나서야 관계가 끝났다. 사랑으로 미래를 꿈꿨던 약속들은 허무만을 남겼지만, 지선우와 이태오는 서로를 증오하고 또 연민했다. “삶의 대부분을 나눠 가진 부부 사이에 한 사람을 도려내는 일이란 내 한 몸을 내줘야 한다는 것. 그 고통은 서로에게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거”를 깨닫고 나서야 지선우는 “모든 상황을 내가 규정짓고 심판하고 책임지겠다고 생각한 오만함”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모든 집착을 버린 지선우에게 찾아온 구원의 시간은 오래도록 곱씹을 완벽한 마침표였다.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이태오는 자신의 잘못을 직시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걸 잊어버리면 아빠처럼 멍청한 짓을 하게 돼. 널 제일 아껴주고 지켜주는 사람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거 명심하고”라는 말은 진심이었으나, 정작 그의 삶에는 적용되지 못한 허무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재결합을 꿈꾸던 고예림은 애써도 사라지지 않는 불안과 의심을 인정하고 헤어졌다. 불안 위에 세워진 관계는 어떤 이름을 붙여도 지옥일 수밖에 없었다. 사랑의 민낯과 쉽게 끊어낼 수 없는 관계의 이면을 마지막까지 치밀하게 짚어낸 ‘부부의 세계’.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피날레였다.
한편, 오는 22일(금), 23일(토) 밤 10시 50분에는 배우들의 인터뷰와 명장면 등이 담긴 JTBC 금토스페셜 ‘부부의 세계’가 방송된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