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이 털어놓은 맨유에서의 특별한 ‘브로맨스’

입력 2020-05-18 13: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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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박지성(39·은퇴)은 17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홈페이지에 자신이 팀에 몸담으면서 쌓아온 우정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그는 맨유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뜻하지 않은 우정’이라는 제목으로 맨유에 입단한 2005년부터 만들어나간 특별한 인연에 대한 글을 남겼다.

박지성은 유럽축구무대를 첫 경험했던 PSV에인트호벤(네덜란드)을 떠나 2005년 여름 세계 최고의 팀 맨유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에인트호벤 시절 영어와 네덜란드를 공부했지만 영어가 그리 유창하지 않았다. 새로운 팀, 새로운 환경 등 많은 부분에 적응해야 했는데 쉽지 않았다. 그 때 판 니스텔루이와 에드윈 판 데르 사르가 많이 도움을 줬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이어 “판 데르 사르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맨체스터로 왔지만 이미 풀럼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었고, 니스텔루이는 이미 여러 해 맨유에서 활약했다. 네덜란드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이들과 함께 하는데 큰 힘이 됐다. 네덜란드어보다 영어로 소통하는 게 편했고,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 영국 축구를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리스텔로이는 맨유에서 박지성의 적응을 도왔을 뿐 아니라 이후 함부르크(독일)에서는 손흥민의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스토리는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알려져 있다.

그런 뒤로 절친한 친구 파트리스 에브라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에브라는 박지성보다 몇 개월 늦게 맨유로 왔다. 에인트호벤 시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 당시 AS모나코(프랑스) 소속이었던 에브라와 적으로 만나 적이 있었다. 박지성은 에브라의 첫 인상에 대해 ‘작은 프랑스 선수’라고 표현했다.

에브라가 맨유에 입단한 직후 워낙 조용하게 지내 그런 선수인줄 았았다는 박지성. 에브라는 맨체스터에 온 뒤로 같은 프랑스 국적인 루이 사하, 마카엘 실베스트레와 어울리며 적응해 나갔다고 한다. 별로 친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가까워졌고, 둘은 축구 게임을 통해 친분을 쌓았다. 그러면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고 했다. 둘 다 영어가 서툴러 많이 대화할 수 는 없지만 축구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언어의 장벽은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 박지성은 “조용했던 에브라가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적응을 마친 뒤 라커룸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선수로 변했다. 아주 시끄러웠다. 라커룸을 지배하는 3명 중 한 명의 선수가 됐다”고 얘기했다.

그런 뒤 카를로스 테베즈의 합류 이후 모임은 둘이 아닌 셋으로 늘었다. 에브라가 스페인어를 할줄 알아 테베즈와 박지성 사이를 연결했다. 셋은 그라운드에서도 몸을 풀 때도, 라커룸에서 생활할 때도, 그라운드 밖에서 지낼 때도 늘 함께였다. 박지성에 두 친구는 매우 각별했다. 박지성은 2007~2008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출전선수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팀은 우승했지만 그는 관중석에 있었다. 박지성은 “당시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한편으로 팀이 우승해 기뻤는데 행복하진 않았다. 에브라와 테베즈가 나의 감정을 공유해줬고, 위로해줬다. 당시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받아들일 수 있었고, 당시 힘들었던 시간이 내가 더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되돌아봤다.

하지만 테베즈가 2009년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뒤 박지성과 에브라는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했다. 왜 이적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워낙 관계가 좋았기 때문에 그의 이적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게 축구였다. 시간이 지나 박지성도 맨체스터를 떠나야 했다. 에브라는 박지성과 같은 에이전트 소속으로 모든 내용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박지성에게 먼저 얘기하지 않았다. 박지성이 털어놓을 때까지 기다렸고, 서운했지만 둘 모두 운명을 받아들였다.

박지성과 에브라의 인연은 끝이 아니었다. 소속팀은 달라졌지만 이후에도 자주 연락하며 지냈고, 지금까지도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박지성은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친한 친구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에브라는 박지성의 결혼 참가를 위해 한국을 찾기도 했고, 지금은 가끔 런던에서 만나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브로맨스’를 이어가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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