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우투좌타? 우투우타? 당신의 선택은?

입력 2020-05-18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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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우리나라 학생야구에는 하나의 트렌드가 있다. ‘우투좌타’의 야수 꿈나무들이 많다. 1루까지 뛰는 거리가 단축되는 이점과 희소성 때문에 왼손타자가 유리하다는 것이 그동안 야구의 정설이었다. 그래서 아마추어 감독들은 오른손잡이 꿈나무들에게 왼손으로 타격을 훈련시켜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우투좌타 야수들을 양산해왔다. 모 프로팀 스카우트는 이런 현상을 한탄하며 “요즘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우투우타 거포를 찾기 힘들다. 모두 ‘똑딱이’ 타자들이다. 차라리 오른손잡이 타자가 더 희귀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왼손잡이의 비율은 10%고, 대한민국은 5%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2020년 등록선수 현황에 따르면 우투우타 353명, 좌투좌타 100명, 우투좌타 107명, 좌투우타 1명, 우투양타 7명이다. 우투좌타가 전체 568명 중 무려 19%를 차지한다. 범위를 좌타자로 넓히면 비율은 36%로 한층 더 올라간다.

우투우타 출신인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최근 우투좌타를 화두로 꺼냈다. 올 시즌 초반 방망이가 살아나지 않는 소속팀 유격수 오지환을 설명하면서였다. “유격수로서 수비를 잘하니까 2할5푼 정도면 큰 문제는 없지만 가진 능력에 비해 타율이 낮아 아쉬운 타자”라고 했다.

류 감독은 오지환이 우투좌타로 전환한 것도 낮은 타율이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타자들은 자기 포인트의 공이 오면 앞으로 쳐내야 타율이 올라가는데 오지환은 가끔 그 공을 파울로 만든다. 그래서 타율이 떨어진다. 스윙 각도의 문제다. 엎어서 치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태어날 때부터 사용해왔던 오른손 대신 왼손잡이 타자로 전환하다보면 정확성과 파워가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교롭게도 오지환은 18일 현재 규정타석을 채운 65명 중 가장 낮은 0.118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흔히 말하는 ‘멘도사 라인’에도 한참 못 미친다.

KBO리그 13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65를 남긴 류 감독은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타격의 파워와 정확성은 모두 왼손에서 나오고, 오른손은 타구의 방향만 유도한다는 이론을 믿고 있다. 골프에서도 그 같은 스윙 이론은 정설로 받아들여지는데, 류 감독은 골프 고수다. 그는 “(어릴 때 지도자의 지시 때문에) 우투좌타로 전환한 타자들 상당수가 그 결정을 후회할 것이다. 선수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류 감독은 “일본의 이치로가 우투좌타로 성공한 모습을 보여준 뒤 많은 선수들이 따라하지만 몇몇 힘이 있는 특별한 선수를 제외하고는 파워와 정확성이 원래 우투우타보다는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류 감독이 예외로 분류한 선수는 김현수(LG), 최형우(KIA 타이거즈),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등이다. 이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우투좌타가 됐지만 내로라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와 반대로 왼손잡이인데 야구를 할 때만 오른손잡이로 변신해 성공한 선수도 있다. 바로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이다. 타이거즈 레전드인 이종범의 KBO리그 16시즌 통산 타율은 0.297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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