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다우디가 우간다 현지 방송에 출연한 사연

입력 2020-05-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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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디 오켈로. 스포츠동아DB

2019~2020시즌 V리그가 조기 종료된 지 2개월이 지나가지만 다우디 오켈로(25·현대캐피탈)는 아직 고국 우간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 다우디가 최근 고국의 한 방송에 출연했다. V리그가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게 도움을 준 첫 사례로 남을 일인데, 숨은 사연이 있다.

현재 우간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경을 폐쇄했다. 당초 2개월 일정이었는데 여전히 전 국민이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못한다. 7, 8월경 고향에서 전통에 따라 2번의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던 다우디는 난감한 처지다. 그는 1월 15일 천안 유관순 체육관에서 우리카드와 경기를 마친 뒤 여자친구 난지리 산드라에게 공개 프러포즈를 하고 결혼을 승낙 받았다. 산드라가 먼저 우간다로 돌아가고 다우디가 시즌 후 뒤따르기로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일이 엉켜버렸다.

다우디의 상황을 딱하게 여긴 프런트는 휴가기간에도 매일 당번을 정해 함께 생활하며 도움을 줬다. 그러던 중 벌써 새 시즌을 앞두고 국내선수들의 훈련은 시작됐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도 15일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다우디가 그동안 잘 버텼는데 5월부터는 힘들어한다”고 털어놓았다. 자칫 향수병이 컨디션 난조로 이어져 새 시즌 활약에도 영향을 줄까 내심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구단 직원들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다우디와 함께 외출한다. 트라이아웃 때도 일부러 데려와 ‘서울구경’을 시켜줬다.

한때 다우디는 우간다 인근 국가로 가서 육로를 이용해 고향으로 가거나, 여자친구를 근처 국가로 이동시킨 뒤 한국으로 데려오는 방법까지 생각해봤다. 그러나 국경이 열리지 않아 가능하지도 않고, 자칫 문제의 소지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다우디는 주한우간다대사관으로부터 방송에 출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우간다에는 한국기업이 많이 진출해있다. 그동안 현지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는데, 코로나19 탓에 문제가 생겼다. 새로운 질병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현지인들이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에게 부정적 인상을 품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우리 기업들은 큰 고충을 겪고 있다.
우간다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은 코로나19를 가장 현명하게 극복했고,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방역국가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생겼다.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다우디가 방송에 출연해 생생한 경험담을 털어놓는다면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하고 다우디의 방송 출연을 추진한 것이다.

우간다 현지방송의 온라인 인터뷰에 출연한 다우디는 한국생활은 물론이고 외국인으로서 느낀 한국의 선진 방역시스템 등을 설명했다. 인종과 종교, 문화를 떠나서 다른 어떤 것보다 사람들에게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 스포츠를 통한 접근이기에 인식을 바꾸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교롭게도 다우디에 이어 이번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KB손해보험은 말리 출신 노우모리 케이타를 선택했다. 이제 2명의 아프리카 선수가 V리그에서 활약하게 됐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에게는 종족분쟁 등의 뉴스로만 가끔씩 알려진 말리는 사하라사막 근처 서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다. 면적은 한반도의 6배이고, 프랑스어를 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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