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형·최상덕이 보여줬던 기적…롯데 이승헌도 할 수 있다!

입력 2020-05-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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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승헌.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롯데 이승헌.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충격적인 부상으로 모든 야구팬들이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지금 이승헌(22·롯데 자이언츠)에게 필요한 것은 논란이 아니라 진심어린 응원이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최근 퓨처스 팀(2군)의 투수들을 언급할 때마다 이승헌의 이름을 첫손에 꼽았다. 2군 등판에서 속구 최고구속 148㎞, 2300rpm(분당 회전수)을 넘었다. “지금도 1군에서 통할 것”이라는 호언장담처럼 1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2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했다. 하지만 3회말 1사 1·2루서 정진호의 타구에 머리를 맞았다. 반사적으로 피하려 했지만 타구가 워낙 빨랐다.

모두가 놀랐다. 중계방송사에서도 충격을 피하기 위해 해당 장면의 리플레이를 틀지 않았다. 이승헌은 즉시 충남대병원으로 후송돼 이튿날까지 여러 차례 검사를 받았다. 병원 도착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약간의 뇌출혈과 두부골절이 컴퓨터단층(CT) 촬영 결과 발견됐지만, 천만다행으로 큰 위기는 넘겼다.

마산용마고 2년 선배이자 이날 선발 맞대결을 펼쳤던 한화 김민우도 경기 후 즉시 충남대병원으로 병문안을 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면회가 전면 불허인 상태라 하릴없이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김민우는 쾌차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이승헌에게 보내며 진심을 전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완벽히 회복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김원형 두산 베어스 투수코치는 1999년 7월 대전 한화전서 장종훈의 타구에 얼굴을 맞은 바 있다. 왼 광대뼈에 금이 가고 코뼈가 내려앉았다. 김 코치는 2017년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두려움을 완전히 지우기까지 3년 정도 걸렸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특히 바깥쪽 코스로 공을 던지기가 어려웠다. 타자 입장에서는 몸쪽 공에 제대로 대처하기는 어렵지만, 바깥쪽 공을 제대로 공략하면 투수에게 타구가 날아갈 확률이 높다.

하지만 마침내 공포를 딛고 마운드에 섰다. 김 코치는 2001년 9승(9패)을 시작으로 2010년 은퇴까지 64승을 더 기록했다. 최상덕 SK 와이번스 투수코치도 타구에 안면을 맞았지만 극복하고 마운드에 섰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례를 살펴봐도 아롤디스 차프만(뉴욕 양키스)이 신시내티 레즈 시절인 2014년 타구에 얼굴을 맞아 안면부에 금속판을 이식하는 수술까지 받았지만 금세 털고 일어났다. 이후에도 여전히 100마일(약 161㎞)의 속구를 뿌린다.

분명 쉽지 않은 과정일 테지만 이승헌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이승헌은 용마고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투수로만 나섰음에도 롯데의 2018년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170㎝대 중반의 키는 유급을 거친 1년간 15㎝ 이상 훌쩍 컸다. 노력으로 한계를 극복하는 기적을 이미 한 번 보여줬던 선수다. 이승헌도 구단을 통해 “전날 밤이 고비라고 들었는데 잘 넘어간 것 같다. 걱정해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꼭 회복해서 건강하게 다시 야구하는 모습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롯데는 의학적 조치와 더불어 복귀 후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멘탈 관리에도 최선의 방법을 동원할 참이다. 이승헌이 특급 유망주라서가 아니다. 그저 롯데의 일원이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다. 이승헌이 다시 마운드에서 강속구를 뿌리는 그날을 기다린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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