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경기가 낳은 새 풍경…‘트래시 토크’를 자제하라

스포츠동아DB

텅 빈 관중석-. 홈팀 응원단의 메아리 없는 목소리만 드넓은 그라운드에 울려 퍼지지만 가득 채우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소하게 흘려보냈던 타격음 하나도 모두의 귀에 정확히 꽂힐 만큼 을씨년스럽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으로 2020시즌 초반을 진행 중인 KBO리그의 풍경이다.

자연히 덕아웃에서 나오는 소리도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든다. 투구 하나마다 박수를 보내던 사소한 장면도 이제 중계화면을 통해 팬들에게 모두 전달된다. 자연히 선수들의 말 한마디도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사실 선수들 사이에선 어느 정도의 ‘야지(야유의 일본식 표현)’가 통용돼왔다. 상대를 저주한다기보다는 동료들의 기를 살리기 위한 방식이었다. 관중이 있는 상황에선 마운드나 타석까지 들리기보다는, 덕아웃 내의 동료들끼리의 대화였다.

하지만 상대를 자극하는 발언이 중계화면을 통해 팬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 실제로 몇몇 경기에서 트래시 토크가 팬들의 귀에 들어가며 논란을 낳기도 했다.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은 무관중 개막을 앞두고 “같은 팀 선수를 격려하는 건 얼마든지 좋지만 상대 선수 이름을 외친다면 실례다. 절대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도중 송성문(키움 히어로즈)의 발언처럼 선을 넘는 수준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팬들을 자극할 수 있다. 문제의 소지는 애초에 잘라내는 편이 좋다.

투수들의 기합까지도 도마에 올랐다. 17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한화 이글스전에서 한화 박상원은 투구마다 기합을 질렀다. 일종의 루틴이지만 롯데 벤치에서 이를 문제 삼았다. 관중의 함성소리가 가득했을 때는 귀에 꽂히지 않았기 때문에 상관이 없었지만, 무관중의 상황에선 타자들이 타격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투수들이 크게 소리를 치는 게 어느 정도 방해가 될 수 있다. 관중이 없기 때문에 더 그렇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이제는 ‘뉴 노멀’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다. 트래시 토크의 자제 역시 뉴 노멀 중 하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