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슬의생’ 문태유 “‘만성피로’ 용석민 연기 위해 밤새고 촬영 갔죠”

입력 2020-05-23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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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태유.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DA:인터뷰] ‘슬의생’ 문태유 “‘만성피로’ 용석민 연기 위해 밤새고 촬영 갔죠”

“저 사람이 드래곤 쌤이야? TV랑 되게 다르네!” 배우 문태유를 본 사람들의 첫 마디였다. 만성피로 대신 미소를 품고 의사가운 대신 사복을 입고 멀쩡하게(?) 나타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 말에 문태유는 “반대로 팬들은 ‘왜 이렇게 사람이 초췌하게 나오나, 실물이 더 나은데’라고들 하시더라. 용석민은 멀끔하게 나오면 안 되니 콘셉트는 성공한 것 같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문태유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레지던트 4년차 ‘용석민’ 역으로 활약 중이다. 드라마 고정출연은 처음이었던 그는 3주 전 마지막 촬영을 마쳤다. 7개월이란 길고도 짧은 촬영기간에 시원섭섭한 마음이 가득하다. 문태유는 “한 드라마에 첫 회부터 마지막까지 나오게 된 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처음이다. 초반엔 부담감이 컸지만 감독님, 작가님, 그리고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라고 말했다.

“첫 고정 배우가 돼서 부담도 컸겠지만 신원호 감독님과 이우정 작가님의 작품이라 주목도가 남달랐잖아요. 저 역시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 재미있게 봤고 ‘나는 언제 저 분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며 기다려왔기 때문에 더 긴장을 했던 것 같아요. 게다가 제가 연기를 잘못해서 ‘옥에 티’가 될까봐 조마조마했어요.”

문태유가 연기하는 ‘용석민’은 병원 일에 시달려 늘 피곤한 사람이다. 머리는 덥수룩하고 눈은 퀭하고 옷은 언제나 꾀죄죄하다. 전공의 시험을 봐야하는 압박감과 끝없는 일에 쌓인 만성피로로 인해 환자들에게 가끔은 해서는 안 될 말까지 실수로 내뱉고 만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시청자들에게 비호감 캐릭터로 비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태유는 “나 역시 용석민 캐릭터가 모든 이들에게 호감을 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의료진들은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르고 평소에 업무강도가 세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들었다”라며 “‘99즈’ 선생님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의사’의 모습이라면 용석민은 현실적인 모습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배우 문태유.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이어 이번 드라마를 통해 어느 때보다 의료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채송화의 대사 중에 ‘병원 일이 하다보면 익숙해져. 그런데 우리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익숙해지면 안 되잖아. 그러니까 늘 긴장해. 그래서 늘 물어보고 혼내는 거야’라고 있지 않나. 이게 의료진이 가지는 핵심적인 마음가짐 같았다”라고 말했다.

“예전엔 저 역시 ‘의사’에 대한 선입견이 막연하게 있었어요. 가끔 ‘병원’이나 ‘의료진’에 대한 나쁜 뉴스들이 나오기도 하잖아요. 게다가 고액 연봉을 받는 직업군이라는 시각도 있고요. 그런데 이번 드라마를 통해 의료진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잠을 못 자는 건 기본이고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하더라고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잖아요. 어떠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일이니 환자를 못 살리면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하시더라고요. 전 비록 연기로 의사 역할을 했지만 의료진들이 정말 고생하신다는 걸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요.”

문태유는 피곤해 보이는 연기의 비결(?)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는 “내가 야행성이라 보통 새벽 2~3시에 자는 편인데 다음날 아침에 촬영이면 피곤한 연기가 가능하다”라며 “피로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 차에서도 자지 않았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일부러 잠을 자지 않고 아침 촬영을 간 적도 많아요. 반대로 밤 촬영 때는 최대한 피곤했던 기억을 상기시키고 ‘나는 졸리다, 졸리다’라는 생각을 하고 몸의 힘을 빼고 연기를 했어요. 제가 피곤해할수록 신원호 감독님은 무척 좋아하셨답니다. 눈에 다크서클 그리는 건 기본이었고 의사가운도 늘 꼬깃꼬깃하게 입고 사복 의상도 제일 후줄근한 걸 선택했어요. 이렇게 피곤함을 연기했어요. 하하.”

자신의 상사, 채송화 교수 역을 맡았던 전미도와는 뮤지컬 ‘스위니토드’(2016)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당시 전미도는 ‘러빗 부인’ 역을, 문태유는 ‘토비아스’ 역을 맡았다. 이에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문태유는 “‘미도 누나가 NS(신경외과) 교수 역이라니!’라고 기뻐했다. 평소에도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이자 누나다. 내게 ‘복’ 같은 존재였다”라고 말했다.

“아마 초면인 배우와 연기했으면 지금의 채송화 교수와 용석민의 관계가 덜 자연스러웠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미 알고 지낸 사이였던 전미도 누나였기에 제가 용석민을 연기하기 편했어요. 덕분에 자연스럽게 용석민으로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미도 누나 외에도 김준한, 하윤경 등 우리 신경외과 팀이 가족처럼 사이가 좋아요. 슴슴하지만 담백한 매력이 저희의 장점이라고 할까요.”

배우 문태유.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이제 단 한 회를 남겨두고 있다. 그는 “내겐 행운처럼 찾아온 작품이라 잊기 힘들 것 같다. 좋은 배우들과 7개월간 재미있게 잘 논 것 같다. 이런 경험이 내겐 큰 복이다”라며 “감사하게도 방영 이후에 여러 곳에서 출연 제안을 주고 계셔서 더더욱 이 드라마의 위력을 느끼고 있다. 내겐 전환점이 될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마치면 문태유는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과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에 출연한다. 그는 무대 복귀에 대해 “돌아가는 곳은 아니고 늘 함께하는 곳이라 생각한다. 오랜만에 대학로 연습장을 가니까 기분이 좋더라. 익숙한 곳이 이토록 좋았던 것인지. (웃음) 게다가 TV연기를 통해 배운 것들이 무대에 시너지가 될 것 같아 기대 중이다”라고 말했다.

문태유는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레지던트 4년차 용석민에게 의사생활이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것은 배우가 쌓는 연륜이나 여러 연기를 해보는 경험과 비슷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07년에 무대로 데뷔했기 때문에 작품은 다르지만 무대에 오르는 일은 익숙해졌어요. 그런데 영상은 또 너무 새롭습니다. 연차가 쌓이니 후배였을 때 보이지 않았던 선배들의 고충도 알 것 같고요. 배우가 된다는 건 계속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는 일 같아요. 힘들지만 또 즐거워요.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죠.”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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