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2011년 박찬호와 2020년 강정호 그리고 달라진 대중

입력 2020-05-27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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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DB

KBO리그 복귀를 노리는 강정호(33)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대리인도 인정했다. 심지어 그의 프로야구 퇴출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2년 전에도 오심을 한 심판을 징계해달라며 청와대에 국민청원 글이 올랐다. 굳이 이런 문제로 국민청원까지 가야 하는지 의문도 들지만, 요즘 사람들은 과거와 달리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일에는 참지 않는다.

강정호 측은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제출했고, 상벌위원회가 열린 25일에는 반성문을 언론에 공개했다. 조금이라도 여론을 바꿔보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이튿날 강정호 측은 “KBO리그 선수로 복귀하면 연봉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도 했다.

좋게 해석하면 그만큼 절박하게 야구를 하고 싶다는 의미다. 반면 나쁘게 말하면 돈으로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얄팍한 의도에서 비롯된 고전적 수법이다. 또 이런 방식이 통하리라 생각한 것은 KBO가 선례를 만들어줬기 때문으로도 보인다.

2011년 11월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 소속이던 박찬호를 2012시즌 한화 이글스 선수로 만들기 위해 KBO 이사회는 특별법을 통과시켜줬다. 한화는 그에 따른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야구발전기금 6억원을 내놓았고, 박찬호는 2400만 원의 최저연봉에 한화와 계약했다.

요즘 KBO가 비난을 받는 이유는 일관성과 원칙의 결여 때문이다. 규정대로만 처리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들을 이런저런 이유를 대가며 엉뚱하게 넘기다보니 팬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박찬호의 KBO리그 입성은 어느덧 8년도 더 지난 과거가 됐다. 그동안 대중은 공정의 가치를 알았다. 어떤 명분과 그럴싸한 결과도 과정이 올바르지 않다면 의미가 없다고 믿기 시작했다. 강한 권력도 대중의 힘으로 무너뜨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체험했다.

물론 박찬호와 강정호의 케이스는 일정 부분 결이 다르다. 그러나 이번 강정호의 복귀 시도와 최종 결말은 공정의 가치에 눈을 뜬 대중에게 21세기 한국프로야구가 과연 얼마나 자정능력을 잘 갖춘 건강한 생태계인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구단들은 뛰어난 기량을 지닌 불량선수와 기량은 조금 떨어져도 인성이 좋은 선수 중 한 명을 고르라고 하면 전자를 택했다. 팀 성적에 중요한 선수들이 범죄를 저질러도 쉬쉬하며 문제해결에만 급급했다. 가차 없이 유니폼을 벗기는 선수들은 대부분 비주전이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선수들의 도덕적 불감증은 점점 커졌고, 대중은 점점 KBO리그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1982년 프로야구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겠다”며 이 땅에 때어났다. 21세기 어린이들에게 KBO리그는 어떤 명분과 교훈을 줄 것인가. 최소한 나쁜 짓을 한 사람은 프로야구선수가 될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알려주기를 바란다. 이는 강정호의 사례에서 확인될 것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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