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도입 후 최초…잠실 라이벌, 외인타자로 동시 함박웃음

입력 2020-05-27 1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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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페르난데스(왼쪽), LG 라모스. 스포츠동아DB

외국인선수는 구단의 한 해 농사 절반을 좌우한다. 실제로 외국인선수가 잘하고도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한 팀은 있어도, 외인이 부진한 채 가을잔치에 초대받은 팀은 드물다.

두산 베어스 또는 LG 트윈스 소속으로 리그를 지배한 외국인타자는 손으로 꼽아야 할 정도다.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 지표를 살펴봐도 그렇다. 산정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WAR 4를 넘긴 선수는 올스타급으로 평가받는다. KBO리그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KBO리그 역사상 WAR 4를 넘긴 외국인타자는 52명에 달한다. 해마다 2명 이상의 올스타급 외국인타자가 나온 셈이다.

역대 두산 외국인타자들 중 WAR 4를 넘긴 선수는 타이론 우즈(1999~2001년)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2019년)뿐이다. LG의 사정도 비슷하다. 전설로 회자되는 로베르토 페타지니(2009년)가 WAR 5.12로 구단 역사상 최고 외인에 자리하고 있으며, 루이스 히메네스(2016년)와 루 클리어(2005년)도 WAR 4를 넘겼다. 사례가 많지 않으니 두 팀의 성공 사례가 겹쳤던 적도 없다.

그런 두 팀의 엇갈린 희비가 올해는 한 지점에서 만났다. 지난해 최다안타 타이틀을 따낸 페르난데스는 올 시즌 초반 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26일까지 18경기에서 타율 0.480(75타수 36안타)으로 타격과 최다안타 1위를 달리고 있다. LG 로베르토 라모스도 18경기에서 타율 0.349를 기록하며 정교함을 보이고 있는 데다 홈런은 8개로 리그 선두다.

이제 페넌트레이스의 10분의 1 지점을 막 통과했기 때문에 누적 지표인 WAR은 페르난데스 1.24, 라모스 1.29로 높지 않을 시기다. 리그 전체에선 라모스가 1위, 페르난데스가 3위다. 이를 144경기 풀타임으로 환산하면 라모스는 10.34, 페르난데스는 9.91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시즌 중반 사이클이 떨어지는 시점이 오면서 기록은 보정되겠지만, 올스타급 이상의 준수한 활약을 기대하기에는 충분하다.

구단 입장에서도 이만한 복덩이가 없다. 페르난데스는 지난해 최다안타 타이틀을 받았음에도 재계약에 진통을 겪었다. 총액 90만 달러에 재계약했는데, 절반인 45만 달러가 옵션이다. 라모스도 총액 50만 달러에 LG 유니폼을 입었다. 투자한 금액이 많지 않은데 성적이 나오니 이만한 선순환이 없다.

‘한 지붕 두 가족’ LG와 두산의 외국인타자가 최고의 자리를 다투는 상황. 외국인선수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서울 팬들은 이들의 활약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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