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선수 출신 조용호, 땀과 노력으로 KT에 승리를 선물

입력 2020-05-27 2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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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무사 1루에서 kt 로하스의 1타점 2루타 때 득점에 성공한 조용호가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그의 타격 자세는 3루쪽 상대팀 덕아웃에 있던 레전드 송지만 코치를 연상시켰다. 두 발을 넓게 벌려 그라운드에 단단하게 심고, 스트라이드 없이 공을 받아치는 ‘기마자세’의 타자 KT 위즈 조용호가 27일 수원 KIA 타이거스전에서 빛났다.

조용호는 1회말 1사 3루서 좌전적시타로 팀에 첫 득점을 안겼다. 진가가 빛난 것은 결승타가 아니었다. 양 팀 선발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임기영의 팽팽한 투수전이 전개되던 4회였다. 선두타자로 2번째 타석에 들어서 7구까지 가는 실랑이 끝에 4구로 출루했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는 공을 파내듯 파울볼을 만들고 몸쪽 공은 피하지 않으면서 볼을 골라내는 조용호와 대결에서 4구를 내준 임기영은 낙담했다. 후유증 탓인지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적시 2루타를 맞은 데 이어 2사 3루서 배정대에게 또 2루타로 3번째 점수까지 내주며 패전투수가 됐다. 8이닝 4안타 7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데스파이네의 위력을 고려하면 사실상 경기는 끝난 셈이었다.

올해 31세지만 이제 프로 4년차 경력밖에 가지지 못한 선수. 연봉은 지난해 4000만 원에서 올해 7000만 원으로 크게 올랐지만, 돈을 많이 번다고 자랑할 수준도 아니다. 그나마 7000만 원도 지난해 강백호가 부상으로 한 달간 빠졌을 때 땜질용 선수로 출전해 보여준 활약 덕분이다. KT는 지난 시즌 조용호가 타순에 들어가자마자 팀 창단 후 첫 9연승을 기록했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한때는 프로야구선수의 꿈을 꾸며 고양 원더스에서 눈물 젖은 밥도 먹었다. 2014년 SK의 육성선수로 시작했으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다행히 염경엽 SK 감독이 “기회를 준다”며 지난 시즌 무상으로 KT에 보내준 덕에 새로운 운명을 개척했다. 키 170㎝의 작은 체격에도 열심히 노력하며 생존의 길을 찾다보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찾아온다는 것을 조용호는 보여주고 있다. KT는 연봉 4800만 원짜리 선수 배정대의 3안타 활약까지 묶어 이날 5-0 승리를 완성했다.

수원|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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