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성실하게 승수를 쌓아올리는 중이다. 27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선 7이닝 1실점의 쾌투로 시즌 2승(1패)째를 따냈다. 데뷔 12년차인 그에게는 익숙한 일이기도 하지만, 근래 차곡차곡 적립되는 승수는 유독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2013년부터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 기록을 쓴 그는 올해 이 기록을 8시즌으로 늘리려고 한다. 지난해까지는 역대 3차례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이와 함께 개인통산 100승까지도 이제 11승만 남았다.
하지만 유희관은 의연하다. “기록은 열심히 공을 던지다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며 평정심을 지키는 중이다. 여느 시즌과 다름없이 선발로테이션만 충실히 소화하면 10승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으리란 자신감과 낙관적 전망이 깔려있다. “오히려 의식하다보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그는 “내가 던지는 공이 느리듯이 하나하나, 차곡차곡, 천천히 나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유희관의 눈은 부지런히 팀의 이곳저곳을 살핀다. 투수조장으로서 후배들을 이끌어나가는 것 역시 그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특히 ‘뒷문이 불안하다’는 외부의 냉정한 평가 속에서 묵묵히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주려는 의지가 강하다.
유희관은 “선발투수로서 많은 이닝을 던지며 불펜진의 체력을 아껴주고 싶은 것이 형의 마음”이라고 털어놓는 한편 “좋은 말로 다독여줄 때도 있지만 쓴 소리를 하기도 한다. 이곳은 프로무대 아닌가. 스스로 극복해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겨내라’고 강하게 이야기를 해준다. 분명 좋아질 것”이라는 응원도 덧붙였다.
해외 팬들의 관심도 기분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 KBO리그 경기를 중계하는 미국 ESPN은 최근 유희관의 슬로커브에 폭발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유희관은 “느린 공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며 싱글벙글 웃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