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유격수…NC No.13 박준영, “손시헌 코치님 번호에 걸맞도록!”

입력 2020-05-29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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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준영. 창원 | 최익래 기자

1차지명을 받아 데뷔 첫 시즌부터 개막 엔트리에 들었던 투수 유망주는 이제 유격수로 변신했다. 28번에서 13번으로. 등 뒤의 숫자도 달라졌다. NC 다이노스 13번 유격수. 박준영(23)은 ‘전설’ 손시헌 C팀 수비코치가 남긴 족적을 따라가고자 한다.

경기고를 졸업한 박준영은 2016년 1차지명으로 NC에 입단했다. 140㎞대 후반의 속구에 빼어난 회전수까지 더해지며 기대를 모았다. 개막 엔트리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데뷔 시즌 1군에서 32경기에 등판했다. 하지만 9월, 박준영은 수술대에 올랐다. 팔꿈치 인대 재건수술을 위해서였다. 재활을 거쳤지만 구단 내부에서는 ‘팔꿈치 힘줄이 약해 투수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했다. 박준영도 수술 후 트라우마를 온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2018년 봄, 타자 전향으로 뜻을 모은 뒤 군 입대했다.

수색대에서 강훈련을 받던 중 팔꿈치에 여파가 미쳤다. 석 달 만에 체중이 10㎏ 이상 빠지는 아픔도 겪었고, 결국 사회복무요원으로 전환됐다. 재활을 마무리 짓지 못한 박준영에게 마냥 나쁜 소식은 아니었다. 퇴근 후 재활을 하고, 팔꿈치 통증을 잡은 시점부터는 투수의 몸을 만들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진했다.

2020년 4월 소집해제 후 곧장 C팀에 합류했다. 퓨처스리그 개막 초반부터 맹타가 이어지고 있다. 28일까지 14경기에서 타율 0.321(53타수 17안타), 3홈런, 14타점으로 펄펄 나는 중. 꾸준히 유격수로 출장하며 수비에서도 별다른 문제를 노출하지 않고 있다. 아직 선구안 문제(16삼진/6볼넷)가 있지만 경험이 해결해줄 것으로 믿는다.

28일 만난 박준영은 “코스가 좋은 안타가 많이 나와 타율이 높다.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다”며 “아마추어 때는 수비에 자신 있었다. 하지만 고3 이후로 처음이라 지금은 기본기 확립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투수에서 타자로. 쉽지 않은 변화의 ‘역대급’ 성공 사례가 한 팀에 있다는 건 박준영에게 행운이다. 나성범(32)의 존재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나성범은 박준영에게 “나도 처음에 많이 힘들었다. 이것저것 고민도 많고, 안 되는 부분이 답답할 것이다. 하지만 하다보면 금세 적응된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했고, 박준영은 이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박준영의 등번호 13번은 손시헌 코치의 영향이다. 다이노스 13번이라는 전설에 먹칠을 하면 안 된다는 각오다.

“아마추어 때부터 유격수를 맡으며 보고 배운 대선수다. 그런 분께 야구를 배우고 있다는 자체가 여전히 신기하다. 손 코치님 은퇴 소식을 듣고 이 번호를 달라고 강력히 부탁했다. 13번은 ‘무조건 잘해야 돼’라는 부적 같은 느낌이다. 이 번호를 단 이상 누를 끼치면 안 되기에 악착같이 하고 있다.”

박준영은 아직 창원NC파크에서 실전을 치른 적이 없다. 매일 1군 경기 중계방송을 지켜보며 그곳에 선 자신을 그리지만, 서두를 생각은 없다. 박준영은 “이제 막 한 달 실전을 뛴 것이다. 아직 멀었다”며 “올해 단 한 번이라도 1군에 이름을 올리면 좋겠다. 길게 생각하겠다”고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창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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