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열은 영화 ‘침입자’ 속 강박에 시달리는 서진 역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무려 20kg이나 감량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현실 같지 않은 현실이지만 극복하겠다.” 배우 송지효(39)와 김무열(38)이 4일 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제작 BA엔터테인먼트)를 내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개봉일이 연기된 탓에 초조할 법도 한데 특유의 긍정 에너지는 여전하다. 25년 전 실종된 여동생이 나타난 뒤 가족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완성한 두 배우를 1일과 2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각각 만났다.
■ 스릴러 영화 ‘침입자’ 배우 김무열
상처 지닌 서진, 심리 연기 집중
지효 누나와 첫 호흡인데도 편안김무열은 ‘침입자’ 촬영을 앞두고 몸부터 만들었다. 마침 격한 액션이 주를 이루는 ‘악인전’ 촬영을 마친 직후였다. 강박에 시달리는 인물을 표현하려면 날카로운 인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체중 20kg을 뺐다. 그는 “일종의 마음고생 다이어트였다”고 돌이켰다.
영화에서 김무열이 연기한 서진은 눈앞에서 아내의 죽음을 목격한다. 과거 실수로 어린 여동생을 잃어버린 상처까지 지닌 그는 잇단 불행으로 깊은 우울함에 시달린다. 최근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에서 보인 모습과 전혀 다른 얼굴이다.
“동생의 등장으로 점차 변해가는 가족의 모습이 히스테릭하게 느껴졌어요. 심리적으로 집중한다면 재미있는 영화가 나오겠구나 싶었습니다. 동생이 실종되고 모든 게 정체된 사람이에요.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애써 많은 걸 감추고 살아요. 마음껏 상상하면서 지적 유희를 느끼며 연기했어요.”
영화 ‘침입자’의 한 장면.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송지효와 작업은 처음이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처럼 편안했다고 한다. 둘 다 솔직담백한 성격의 소유자인 점도 잘 맞았다.
“배우와 인간으로 (송)지효 누나에 대한 호감이 높아졌어요. 첫 대사 연습 때 꽤 먼 거리였는데도 혼자 마스크에 모자를 쓰고 걸어서 왔더라고요. 엄청 털털한 사람이구나, 강한 인상이 남았어요. 영화를 찍을 때 간혹 상대 배우와 친밀도를 높이려고 일부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누나는 그게 필요 없는 배우에요.”
‘침입자’는 미스터리 스릴러이지만 가족의 존재, 가족의 의미를 묻는 메시지도 있다. “늘 반성하는 스타일”이라는 김무열은 이번 작업을 계기로 가족에 대해 새삼 돌아봤다. “어머니께 자주 전화해야겠다”라는 다짐부터 “동생한테는 가족을 위한다는 이유로 매몰차게 대했지만, 이제는 보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물론 아내인 배우 윤승아에게 만큼은 더없이 다정한 남편으로 유명하다.
요즘 김무열은 이른바 ‘코로나 시대’에 배우의 역할도 고민하고 있다.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져도 마음의 거리는 멀어지면 안 돼요. 사람들이 공감대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배우의 역할인 것 같아요. 외국 어느 도시에서 자가 격리 중인 사람들이 집 창문을 열고 악기를 연주하고 공연하는 모습을 유튜브로 봤는데, 와! 감동받았어요. 바로 그런 시도가 배우의 역할 같아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