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신조차 싫었던 KT 김민혁, 믿음 향한 보답이 시작됐다

입력 2020-06-08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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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혁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 KT 위즈

지독히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절치부심해 준비한 풀타임 2년째 시즌이었는데, 초반 단추 한두 개가 어긋나자 스스로도 조바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애정 가득한 격려도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그럼에도 믿음을 거두지 않았던 벤치의 신뢰는 김민혁(25·KT 위즈)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어둠의 터널 밖으로 이끌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올 시즌부터 심우준~김민혁으로 테이블세터를 꾸렸다. 이들 모두 공격 생산력이 강한 타자들은 아니었지만, 누상에서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달라는 포석이었다. 김민혁은 자체 청백전과 팀간 연습경기에서도 꾸준히 안타를 생산해내며 2번 타순에 자리매김할 준비를 끝내는 듯했다.

그러나 개막전 첫 타석부터 일주일간 5경기에서 16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5월 12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세 번째 타석에서 안타가 나오기 전까지 20타석에서 볼넷 하나를 고른 게 출루의 전부였다. 잘 맞은 타구가 번번이 야수 정면으로 향하자 조바심을 느꼈다. 김민혁은 물론 신뢰를 거두지 않은 KT 벤치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김민혁은 “정말 솔직히 말하면, 당시에는 주위의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경기 중에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정말 싫었다”고 털어놓았다. 주위의 진심어린 격려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쫓겼다.

그러나 코칭스태프는 김민혁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단순히 추상적 격려만 보낸 게 아니었다. 지난해 127경기에서 타율 0.281을 기록했을 때 김민혁의 평균 타구속도는 시속 133㎞였다. 올해도 무안타의 침묵이 이어지긴 했지만 지난해와 타구속도 자체는 비슷했다. 김강 타격코치는 이런 점에 주목해 김민혁을 격려했다.

21타석 만에 시즌 첫 안타를 때린 김민혁이 1루 베이스를 밟은 뒤 벤치에 고개숙여 진심을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 | KT 위즈


올 시즌 21번째 타석 만에 안타를 뽑아내고 1루를 밟은 뒤 김민혁은 벤치를 향해 고개 숙여 깍듯이 인사했다. 그동안 자신을 믿어준 이강철 감독, 김강 코치, 조중근 타격코치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전한 것이다.

첫 안타를 시작으로 최근 20경기에선 타율이 0.328(61타수 20안타)이다. 최근 5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16타수 8안타(0.500)의 맹타다. 주목할 것은 2015년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235경기 721타석에서 홈런이 없던 그가 올해 25경기 84타석에서 3홈런을 뽑아냈다는 것이다.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밀어서 담장을 넘기기도 했다. 그만큼 몸과 마음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의미다.

김민혁은 “지금 좋은 결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컨디션은 더 올라오는 중이다. 나를 믿어주신 분들께 보답하기 위해선 아직 더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컨디션과 리듬을 잘 맞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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