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없는 방임의 연속…한화, 인재를 또 헌신짝처럼 버릴 텐가

입력 2020-06-10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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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십수 년간 한화 이글스(대표이사 박정규)를 ‘명장들의 무덤’으로 만든 근본원인은 프런트 수뇌부의 방임과 면피였다. 모든 것을 현장에 떠맡긴 뒤 감독의 퇴진 시점에서야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 명장들은 모두 커리어에 큰 흠집을 안았다.

한화는 한용덕 감독이 퇴진한 다음날인 8일 곧바로 최원호 퓨처스(2군) 팀 감독에게 대행을 맡겼다. 최 대행은 주축 선수 10명을 2군으로 내려보내며 공격적인 첫 걸음을 뗐다. 9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최 대행이 콜업한 선수들 대부분은 1군 경력이 일천했다.

최 대행은 9일 정식선수로 전환된 최인호, 박정현을 곧장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젊은 선수들이 ‘이슈 메이커’가 되어주길 바랐다. 실제로 최인호는 멀티히트로 활약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젊은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웃고 뛰어놀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최 대행은 데뷔전부터 주저 없이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한화는 9일 3-9 패배로 구단 자체 최다연패 기록마저 경신했다.

현장 지도자들은 “5연패 이상의 긴 악순환은 무슨 수를 써서든 끊고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단 심각한 부진의 사슬을 한 번 끊어낸 뒤 조금 더 편한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을 기용해야 효과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최 대행은 “100연패는 안 하지 않겠나”라며 여유를 드러냈다.

리빌딩. 모든 구단이 내세우는 대의명분이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즉각적인 리빌딩을 선언한 뒤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A 감독은 “구단의 큰 그림은 프런트가 그려야 한다. 한국형 리빌딩은 아직 명확한 정의조차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탱킹’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베테랑을 배제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B 감독도 “리빌딩을 천명해서 다 된다면 그게 왜 어려운 일이겠나. 중심을 잡아주는 축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행이 천명한 리빌딩의 대의에는 많은 팬들도 공감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프런트가 먼저 나서 그 토양을 다져줘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껏 한화를 명장들의 무덤으로 만든 수뇌부가 또 한번 뒷짐만 진 채 방관해선 곤란하다. 만일 최 대행 체제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또 한 번 현장에 메스를 들이대면 악순환은 반복될 뿐이다.

최 대행은 유니폼을 벗은 직후부터 미국의 선진 투수이론을 적극적으로 학습하며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공부하는 지도자로 관심을 모았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최 대행의 야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경우 그대로 놓아버리기에는 아까운 인재다. 정민철 단장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사람과 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 사전은 한화그룹의 사훈인 ‘의리’를 이렇게 정의한다. 과연 지금 한화의 수뇌부는 야구계의 인재들에게 바른 도리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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