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섹시가이’ KT 로하스, 무더위의 사나이 시동 ON!

입력 2020-06-14 1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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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로하스. 스포츠동아DB

폭염은 타자와 투수 중 누구에게 유리할까. 이론적으로 더위는 타자에게 호재다. 지난겨울 뜨거운 화제였던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도 이런 주제의 칼럼이 등장하며 야구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았다. 멜 로하스 주니어(31·KT 위즈)도 무더위를 유독 즐기는 사나이다.

KBO리그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는 기온별 성적 데이터를 제공한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리그 평균자책점(ERA)은 4.87이다. 하지만 섭씨 30도를 넘는 환경으로 범위를 좁히면 ERA는 5.29로 0.4점 넘게 상승한다. 평균 장타율은 0.428에서 0.448로, 순장타율(장타율-타율)도 0.146에서 0.158로 오른다.

폭발적 변화는 아니지만 의미는 있다. 앨런 네이선 미국 일리노이대 물리학 명예교수는 “섭씨 5도가 높아지면 비거리도 1m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기온이 상승하면 공기 입자가 팽창해 공을 둘러싼 밀도가 낮아진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론의 가장 정확한 사례는 로하스다. 2017년 KBO리그에 데뷔한 로하스는 13일까지 30도 이상의 더운 날 총 58경기에 출장해 타율 0.357(224타수 80안타), 18홈런, 4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99로 ‘극강’이었다. 같은 기간 홈런과 OPS 모두 박병호(키움 히어로즈)에 이어 2위다. 로하스의 통산 타율은 0.317, OPS는 0.956이다. 이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여름만 되면 더욱 강해진다는 얘기다.

로하스도 이를 알고 있다. 일상생활에선 한국의 덥고 습한 여름 날씨는 익숙하긴 해도 잘 적응되지 않는다. 로하스는 “한국의 여름은 고향 도미니카공화국이나 마이너리그 시절 애틀랜타의 날씨와 비슷하다. 익숙해도 쉽지 않은 환경인 것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적응은 필요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더워질 때면 훈련량을 더 늘린다. 체력 소모는 크지만 감각 유지에는 훈련이 최고”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여름은 반전의 계절이다. 5월 23경기에서 타율 0.409(93타수 38안타), 6홈런, 20타점으로 펄펄 날았던 로하스는 6월 11경기에서 벌써 6개의 홈런을 때렸다. 타율은 다소 떨어졌지만 장타본능은 오히려 오른 셈이다. 13일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 원정 더블헤더에서 2경기 모두 홈런을 때려내는 등 3연속경기 아치로 감각이 완전히 올라왔음을 증명했다. 타율, 타점, 홈런 등 대부분의 공격지표 최상단에서 로하스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조원동 섹시가이. 로하스의 별명이다. 언더셔츠를 입지 않은 채 유니폼 상의 단추 서너 개를 풀어헤친 로하스의 외양과 수원KT위즈파크 소재지 조원동을 합친 단어다. 조원동 섹시가이는 올해도 여름을 자신의 계절로 만드는 중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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