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 안은진이 지금 가장 행복한 이유

입력 2020-06-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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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출연한 배우 안은진.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연기자 안은진(29)의 2020년 봄은 그 누구보다 뜨거웠다. 3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2’와 5월 종영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을 잇따라 내놓으면서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두 작품 모두 ‘히트작’ 반열에 올랐고, 드라마 제작사와 각종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이 그를 찾았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같은 나날이었다.

영광에 흠뻑 취해있을 만도 한데, 안은진에겐 모든 게 “이미 한참 전에 지난 일”이다. ‘

최근 서울시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안은진은 인기를 실감하느냔 질문에 “워낙 평범하게 생겨 누가 저를 알아보는 일도 많지 않다”며 웃었다.

“요즘은 그냥 평범한 ‘안은진’으로 살고 있어요. 저는 이게 좋아요. 바뀌지 않은 저의 일상이 편안하고 소중해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한 장면. 사진제공|tvN


● “추민하,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죠.”

안은진은 지난달 마친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 속 산부인과 레지던트 추민하 역으로 이름을 알렸다. 열정적이고 솔직한 면모로 시청자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극중 산부인과 조교수인 김대명에게 ‘직진 고백’을 하는 장면은 시청자가 꼽는 명장면 중 하나이다.

‘슬의생’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스스로는 예상하지 못했다. 애초 목표는 “중간만 가자”였다.

“찍는 내내 ‘연기로 욕만 먹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추민하가 사랑받은 건 순전히 신원호 감독님과 이우정 작가님이 설치해놓은 ‘장치’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정작 왜 제가 추민하 역에 낙점됐는지는 알지 못해요. 신 감독님께서 2017년 연극 ‘유도소년’을 보고 오디션에 불렀다고는 하셨어요. 내가 웃겨서 캐스팅하셨나.(웃음) 저 되게 재미있는 사람이거든요. 하하하!”

자칭 ‘분위기 메이커’이다. 하지만 앞에 꼭 조건이 달린다. ‘친구들 사이 한정!’ 친한 친구들 사이에선 “최고로 웃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지만, 낯선 사람들 앞에선 긴장해서인지 그 ‘코믹함’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다며 아쉬워한다.

그런 안은진이 연기자로서 꼽는 자신만의 강점도 다름 아닌 “융화”이다. ‘추며들었다’란 수식어의 주인공다운 답변이다. ‘어느새 시청자 마음에 스며들었다’는 의미로 극중 이름과 합쳐져 만들어진 표현이다.

“‘뭐 잘해요?’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딱 하나 떠오르는 게 있어요. 팀에 스며드는 것만큼은 정말 자신 있거든요. 어떤 환경이라도 팀원들과 아무런 문제없이 녹아드는 건 최고로 잘해요. 제가 약간 무던한 ‘곰탱이’ 스타일이에요. 현장에서 저를 막내로 예뻐해 주시는 많은 선배 연기자들을 만난 덕분이기도 하고요. 그게 저만의 힘이 아닐까 해요.”

배우 안은진.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난 정말로 ‘보통의 사람’…그게 내 장점”

안은진은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닐 무렵, “내가 과연 연기를 해도 될까?” 의심한 적이 있다. 누군가로부터 “너 같이 독기도, 욕심도 없어서는 절대 연기자 못 한다”는 말을 듣고 한참을 방황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의심은 한꺼번에 걷혔다. 그러면서 확신이 생겼다.

“나처럼 ‘삼삼한’ 사람도 연기로 먹고 살 수 있구나!”

“언젠가는 제가 돋보이려고 욕심을 부리기도 했고, 독기를 품기도 했어요. 하지만 성향이 맞지 않을뿐더러, 욕심을 부린다고 다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웃음) 하루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요. ‘최고가 되지 않으면 어때?’ 제 나름대로 색깔과 위치에서 연기를 하는 게 행복하다면 그게 ‘최고’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마음을 바꿔먹었죠.”

그가 연기를 하면서 되뇌는 한 마디는 딱 하나다. ‘연기의 정답은 상대방의 대사에 있다.’ 극단 차이무의 이상우 예술감독이 해준 말이다. “상대방의 연기가 어떻게 하면 잘 보일지 고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내 연기가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연기자로서 주목받고 싶지 않느냐고요? 그렇게 된다면 물론 감사한 일이지만, 저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요. 사실 저는 정말로 ‘보통사람’이에요. 살아온 환경이나 성적 등이 전부 ‘가운데’에 있는 그런 사람이요. 그런 저이기에 시대의 보편적인 고민이나 상황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자신이 연기할 수 있는 역할과 작품이 있고, 가족들이 건강하고, ‘내 편’이라 부를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 안은진은 “그거면 됐다”고 웃는다.

누군가에겐 ‘안일함’이나 ‘용기가 없다’고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개의치 않는다. “방황하다 찾은 나만의 ‘행복의 조건’”들에 맞춰가며 사는 삶도 충분히 ‘용기 있는’ 걸음이라 여긴다.

“언젠가는 바뀔 수도 있겠죠. 때때로 욕심에 눈이 멀어 무리한 선택을 할 순간도 있을 거고요.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이 마음을 지켜가고 싶어요. 그러면서 제가 소화한 캐릭터들마다 ‘잘 어울렸다’는 말까지 듣게 된다면 그게 ‘성공한 인생’ 아닐까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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