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수사’가 그린 촉법소년 에피소드, 씁쓸한 현실 반영

입력 2020-06-15 11:2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번외수사’가 그린 촉법소년 에피소드, 씁쓸한 현실 반영

OCN 드라마틱 시네마 ‘번외수사’(극본 이유진 정윤선, 연출 강효진)에서 청소년 범죄를 다룬 ‘촉법소년’ 에피소드가 씁쓸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지난 방송에서 미제사건과 발생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이를 ‘팀불독’ 멤버들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해결했다. 청소년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6~8회 ‘촉법소년’ 에피소드는 추리의 재미와 통쾌한 쾌감 외에도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10년 전,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낙인이 찍힌 조진수, 명수(김진성) 형제의 삶은 그야말로 비참했다. 제 스스론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음에도 형제에게는 보호해 줄 사람도, 사회적 시스템도 부재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진수는 10년 만에 맨홀 안에서 시랍화된 사체로 발견됐다. 하나뿐인 가족인 형을 잃은 명수는 거리에서 만난 가출팸 아이들과 가족이 되는 걸 꿈꿨지만 결국 ‘오니’ 권기웅(이풍운)에게 목숨을 잃었다.

이들 형제의 삶이 안타깝게 끝을 맺은 직접적인 이유는 오니의 악행이었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어른들의 무관심, 사회적 시스템의 부재라는 씁쓸한 현실이 존재했다.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2차 범죄 피해에 내몰린 형제에게 세상은 싸늘했고, ‘청소년 범죄’를 저지른 가출팸은 어른들의 무관심에서 탄생했기 때문. ‘촉법소년(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 형사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는다)’이라는 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해온 오니와 박재민(노영학)의 모습 역시 청소년기를 제대로 잡아줄 어른들과 사회적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또한, 오니에게 협박을 당했고, 친구 명수를 구하고 싶었을 뿐이었음에도 마녀사냥을 당하듯 여론의 뭇매를 맞은 가은(정찬비)의 속사정이 낱낱이 밝혀진 바. 진실 여부를 제대로 가리지 않고 뜨거운 이슈만을 좇는 황색언론과 무분별한 악플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피부로 깨닫게 하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선사했다. 촘촘하고 밀도 높게 구성된 강력 범죄 사건을 풀어나가는 ‘번외수사’가 장르적 재미를 넘어 사회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씁쓸한 단면까지 비춰낸 시간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방송 전부터 “사회적 시스템과 어른들의 책임이 중요한 청소년 범죄에 관한 에피소드에 더 마음이 간다”는 이유진 작가는 “많은 사람이 인지조차 못 하고 있는 범죄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 가족뿐만 아니라 가해자 가족마저도 2차 범죄 피해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다뤄보고 싶었다. 먼저 문제를 인지해야 함께 고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전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