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LG 이상규의 첫 좌절과 실패를 잊어버리는 리셋 능력

입력 2020-06-15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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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상규. 스포츠동아DB

2020시즌 LG 트윈스는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항구를 향해 순항 중이다. 출항 초기와 준비과정에서 소방수 고우석, 주전 외야수 이형종의 부상 이탈로 걱정이 많았지만 아직 항로를 벗어나지 않았다. 6명의 선발투수진과 새 외국인타자 로베르토 라모스가 고출력 엔진 역할을 잘해줘서 큰 고민은 없다.

이런 LG에도 아쉬운 부분은 있다. 바로 이상규(24)다. 최근 3경기 연속 부진했다. 이상규가 부진해도 아직은 버티지만 불펜의 하중이 커지면 목표지점까지 가는 길이 험난해지기에 류중일 감독은 빨리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고우석을 대신해 새로운 마무리투수로 자리를 잡아가던 이상규가 겪는 첫 좌절이다. 베테랑 투수들은 블론세이브와 패전을 떠안아도 기억에서 빨리 지우고, 몸과 마음을 리셋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이상규는 아직 이 경험이 부족하다. 그래서 류 감독도 “공이 아니라 멘탈”이라고 이상규의 최근 문제를 설명했다.

5월 12일 잠실 SK 와이번스전부터 고우석의 역할을 맡아 2승4세이브의 성적을 쌓아가던 이상규는 이달 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처음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빡빡한 1점차 상황이던 9회 등판해 안타 2개와 4구 2개로 2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1사 후 김혜성에게 4구를 내준 뒤 폭투를 범하고, 2사 후 허정엽에게 던진 밋밋한 슬라이더로 동점타를 허용한 것이 아쉬웠다. 결국 그 충격으로 전병우에게는 끝내기 2루타를 맞았다.

류 감독은 그래도 신뢰했다. 강하게 키우기 위해 9일 잠실 SK 와이번스전 때 2-2로 팽팽하던 연장 10회 또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0.1이닝 동안 2안타, 1볼넷으로 3실점하며 다시 패전투수가 됐다. 11일 SK전에선 3-3이던 7회 등판했지만 먼저 2아웃을 잡아놓은 뒤 또 연속안타와 몸에 맞은 공으로 만루를 자초한 뒤 강판 당했다.

그 뒤 이상규의 등판은 없었다. 13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불펜피칭까지 마쳐놓고도 “불안하다”는 불펜코치의 판단에 따라 등판이 불발됐다. 류 감독은 “자신감이 사라졌다. 몸을 풀 때 공이 자꾸만 손가락에서 빠진다고 한다. 릴리스 포인트에서 제대로 공을 채지 못하면 높은 공이 많아져 위험해진다”고 전했다. 결국 이상규 스스로 공을 완벽하게 던진다는 확신이 들기 전에는 해결이 쉽지 않은 형편이 됐다.

많은 감독들은 “투수가 자기 공에 확신을 갖지 않으면 아무리 스피드가 빨라도 실패한다. 내 자신을 믿고 지금 던지는 공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규가 프로에서 공을 제대로 던지기 시작한 것은 올 시즌이 처음이다. 아직은 마운드에서 더 많이 좌절하고 위기를 넘겨가면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할 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머릿속에서 지우는 일이다. 그래서 뻔뻔해야 스타가 된다는 말도 있다.

지나간 실수를 빨리 잊어버리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생각의 전환 능력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생에는 리셋이 없지만 매일 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에선 리셋이 가능하다. 류 감독도 최일언 투수코치도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이상규에게 용기와 기회를 계속 줄 참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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