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여자프로배구에 부는 ‘계약 투명화’ 바람, 이번에는…

입력 2020-06-15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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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25일 열리는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를 앞두고 여자프로배구계가 그동안 관행처럼 선수들에게 제공한 비공식적 특혜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9일 실무회의에서 논의한 사항들을 확실하게 규정화해 한층 더 투명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일부 구단은 에이스급 선수를 붙잡아두기 위해 연봉 외에 여러 혜택을 준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불거졌다. 계약기간 동안 최고급 승용차는 물론 아파트까지 줬다는 얘기 등이 심심찮게 들렸다. 구단이 직접 아파트를 사주는 것은 아니고 모기업이 보유한 아파트에서 계약기간 동안 비용부담 없이 살도록 해주는 형태다. 소문의 특성상 과장된 얘기일 수 있겠지만 팀 성적을 좌우할 선수가 부족한 현실에서 구단들이 비공식적 방법으로 다양한 지원을 해왔던 것은 사실이다.

새 시즌부터 모든 선수의 연봉을 공개하고, 새로운 샐러리 캡과 옵션 캡을 적용하기로 한 구단들은 강력한 검증을 위해 음성적으로 해오던 모든 지원을 없애기로 뜻을 모았다. 다만 과거에 해왔고 지금도 몇몇 선수가 받는 혜택은 인정하고 앞으로는 하지 말자는 단서를 달았다. 이렇게 해주지 않을 경우 의견일치를 이룰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가 고려됐다.

여자부 구단들은 해석에 애매모호한 대목이 많았던 선수의 광고출연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광고출연 요청이 들어올 경우 V리그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고, V리그를 후원하는 기업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라면 막지 않기로 했다. 이 때 광고출연료는 구단과 선수가 서로 합의해 정하도록 새로 결정했다. 현재 KOVO는 표준계약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선수와 구단은 광고출연료를 50대50으로 나눈다. 이에 대해 KOVO 실무자는 “50대50으로 나누는 것은 표준계약서의 가이드일 뿐이다. 구체적 비율은 선수와 구단이 조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단들은 샐러리 캡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광고출연이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새로운 규정도 추가했다. 배구단이 속한 기업과 계열사의 광고출연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금지한다. 현재 몇몇 여자부 구단은 흥국생명에 복귀한 김연경의 계약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그래서 김연경의 광고출연 여부에 예민한 편이다. 흥국생명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실무회의에서 타 구단의 제안에 찬성했다.

계약의 투명화는 샐러리 캡을 디딤돌 삼아 각 구단의 전력을 평준화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다만 그동안 구단들은 규정의 빈틈을 찾아내 이용하려고 노력해왔다. 지키지도 않으면서 또 새로운 규정을 만드는 구습을 이번에는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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