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0‘ 2위 울산현대와 3위 강원FC 경기에서 울산 윤빛가람이 선제골을 성공시킨 후 주니오와 기뻐하고 있다. 강릉|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질긴 악연의 사슬을 끊으려던 홈팀은 집요했지만 관록을 이겨낼 순 없었다.
울산 현대가 16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7라운드 강원FC와 원정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이로써 울산은 개막 7경기 동안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채 5승2무, 승점 17로 전북 현대와 선두경쟁을 한층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영웅은 윤빛가람이었다. 올해 초 겨울이적시장에서 울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그는 후반 27분 김인성의 날카로운 패스를 상대 골지역 정면에서 왼발 슛으로 연결해 골네트를 흔들었다. 지난달 9일 상주 상무와 개막전(4-0 울산 승)에서도 ‘도우미’ 김인성의 어시스트를 받았는데, 이날도 둘의 찰떡호흡이 빛을 발했다.
쉬운 승부는 아니었다. 과감한 빌드업과 공격축구를 펼치는 김병수 감독의 강원은 쉴 새 없이 울산 진영을 파고들었다. 특히 왼쪽 풀백 박주호가 버틴 지역을 집요하게 두드리면서 공간 개척을 시도했다.
그래도 울산은 흔들리지 않았고, 잘 버티자 기회가 열렸다. 윤빛가람의 선제 결승골이 터지자 분위기가 빠르게 넘어왔다. 후반 31분에는 공격에 가담한 중앙수비수 김기희의 도움을 받은 브라질 스트라이커 주니오가 추가골을 터트렸다. 사실상의 쐐기골이었다. 주니오는 시즌 8호 골과 함께 득점왕 경쟁에서도 크게 앞섰다. 후반 막판 비욘 존슨의 페널티킥(PK) 골은 보너스.
강원으로선 아쉬운 한판이었다. 최근 4경기 무패(2승2무)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으나, 천적 울산에 또 한번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강원은 지난해까지 상대전적에서 2승4무16패로 울산에 크게 밀렸다. 최근 8년간은 아예 승리의 기억이 없다. 강원의 울산전 승리는 2012년 5월(2-1)이 마지막이다. 강원은 K리그1(1부)로 복귀한 2017년 1무3패, 2018년 1무2패, 지난해 1무3패로 울산에 절대열세를 보였다.
단단히 복수의 칼을 갈았건만 징크스는 질겼다. 목 부위에 담이 온 ‘주포’ 고무열이 빠진 여파가 컸다. 공격전개는 좋았어도 한계는 뚜렷했다. 2005년 이후 15년만의 정상 탈환을 노리는 울산을 넘기에 강원은 많이 부족했다.
강릉|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