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두산전 오승환의 피칭에서 확인된 에이스의 덕목들

입력 2020-06-18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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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 사진제공ㅣ스포츠코리아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37)이 본격적으로 세이브 사냥에 나섰다. 1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4-3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를 기록한 데 이어 다음날에도 401호 세이브를 챙겼다. 첫 날은 1점차 터프세이브 상황이었고, 모처럼의 소방수 역할이어서인지 고전했다. 5타자에게 25개의 공을 던지며 2개의 4구를 허용했다. 17일에는 3점차 여유 덕분인 듯 3타자를 9개의 공으로 가볍게 요리했다.

KBO리그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다는 두산 타자들을 상대했던 오승환의 이틀 연속 피칭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코멘트를 남겼다. 이를 잘 음미해보면 에이스 투수의 덕목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우선 상대팀 두산 김태형 감독의 말. “한창 때의 공은 아니지만 좋았다. 무엇보다 공을 빼지 않았다”고 했다. 16일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대결을 상기시키는 말인 듯했다. 무려 11구까지 이어지는 힘 대결이었다. 현재 리그에서 가장 잘 친다는 타자를 맞아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오승환은 직구 위주로 공격했고, 페르난데스는 이 공을 계속 쳐냈다. 6개의 파울이 나왔다. 헛스윙은 한 차례였다.

결국 4구로 출루한 페르난데스는 “일본, 미국 리그에서 좋은 기록을 보유한 투수여서 한국에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상대해보니 역시 좋은 구위를 갖고 있다”며 상대를 치켜세웠다. 이처럼 에이스는 힘으로 누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상대로부터 존중 받는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마운드에서 자세와 태도에 대해 언급했다. “무엇보다 마운드에서 퍼포먼스가 대단하다. 오승환 선수가 올라오면 동료들에게 ‘우리는 이길 수 있다. 막을 수 있다’는 신뢰감을 준다. 어떤 선수도 못하는 것이다. 마운드에서 침착함이나 표정관리는 후배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그동안 많은 경기에서 결과로 보여줬기에 동료들이 믿고 따른다. 신뢰가 쌓인 투수는 상대팀에도 영향을 준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 선동열이 7회부터 몸을 풀면 상대팀이 알아서 스스로 포기하거나 선동열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서두르다가 제풀에 무너지곤 했다. 지금 오승환이 삼성 후배들에게 주는 신뢰감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또 하나 침착함과 표정관리는 구위보다 더 중요하다. 투수는 항상 좋을 순 없다. 평소보다 내 공이 나쁘거나 뼈아픈 안타를 맞을 때도 있다. 그럴 때도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고 마운드에서 고개를 치켜들어야 동료 야수들에게 높은 신뢰감을 준다. 마운드에서 이런 자부심을 가장 잘 보여준 투수는 고 최동원이었고, 오승환도 그에 못지않다.

16일 매의 눈으로 판정을 내려 ‘AI 심판’이란 별명을 얻은 이용혁 주심은 “한창 때의 공을 판정하지 않아 과거와 비교는 못 하겠다. 다만 선배들로부터 들었던 압도적 느낌은 없었다. 공백기간 탓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삼성 내부의 평가도 그랬다. 오승환은 이제 막 시즌을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그 시간을 메울 순 없겠지만 기대감은 크다. 이틀 연속 상대한 두산 김재호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오승환은 오승환이더라.”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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