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장트리오, 희대의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 재조명

SBS스페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이하 꼬꼬무) 1부에서 성공적인 이야기꾼 데뷔를 마친 장트리오, 장항준-장성규=장도연이 지강헌 사건에 이어 전해줄 두 번째 믿을 수 없는 그날 이야기에 지인들은 웃고 울고 분노했다.

“이 이야기는 안 하면 안 될까요?” 장항준 감독은 섭외 당시, 제작진에게 두 번째 에피소드에 대해선 거절 의사를 밝혔다. 성역 없는 토크를 구사하는 그마저 머뭇거리게 한 이야기를 공개한다. 거침없는 토크맨 장성규 역시 평소와는 달리 무거운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유쾌한 위트를 발휘하는 개그우먼 장도연은 녹화 도중 대본을 찢는(?) 사태까지 발생했는데, 꼬꼬무가 봉인 해제할 두 번째 이야기의 정체를 알아본다.

지금으로부터 65년 전인, 1955년의 ‘그날’, 대한민국에 전대미문의 문제적 사건이 일어난다. 댄스홀을 무대로 1년여 동안 무려 70여 명의 여성을 농락한 희대의 카사노바 박인수가 검거됐는데, 사건 내용보다 더 화제가 된 건 당시 법의 판결이다.

“법은 정숙한 여인의 건전하고 순결한 정조만을 보호할 수 있다” 당대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긴 ‘박인수 사건’이 쏘아 올린 현대사 속 정조 논쟁이다. 그리고 이후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충격적인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장트리오의 입가엔 웃음기가 점점 사라진다.

한마디 스포일러 없이 이야기꾼의 부름에 달려오는 이야기 친구들도 꼬꼬무만의 관전 포인트다.

장항준의 드리블을 받아줄 친구는, 30년 지기 절친인 명품 배우 장현성이다. 망설여지는 주제에 호출된 장현성이 “왜 하필 나냐”며 볼멘소리로 투덜대자, 장 감독은 제일 만만해서(?) 불렀다며 절친 다운 티키타카를 드러냈다.

장도연의 토크메이트는 개그맨 김철민이다. 타고난 웃음 사냥꾼들답게 찰진 호흡의 재치를 마음껏 선보이는 건 물론, 프로 경청러로서의 공감 어린 자세로 이야기의 몰입을 더한다. 그런가 하면 장성규의 열띤 얘기에 귀를 기울여 줄 친구는, 1부에서 이미 찰떡궁합을 인증한 후배 아나운서 김기혁과 새로운 지원군 정이나 아나운서다. 일로 만난 사이지만,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속 깊은 대화가 펼쳐진다.

어떤 주제도 막힘없이 말하는 장트리오가 그 어떤 이야기보다 힘겹게 꺼내놓는 그날의 진실이 절친이 술 한 잔 기울이며 들려주듯 전개된다. 켜켜이 쌓인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무수히 많은 ‘그날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전하는 사이, 어느새 도착한 종착역에선 따로 또 같이 묵직한 울림을 나누게 된다. 수십 년 전 사건을 소환해도 시의적절해지는 <꼬꼬무>만의 진가가 백분 발휘될 예정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