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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이정후는 20일 고척 SK 와이번스전에서 시즌 7호 홈런을 때렸다. 2017년 프로 데뷔 이후 3시즌 동안 2~6~6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그의 올 시즌 향상된 장타력을 입증하는 한방이었다. 이정후는 “시즌 전 팬과의 랜선 미팅 때 장난으로 ‘이번 시즌 목표는 7홈런’이라고 했는데 그것을 지킬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부터의 홈런은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홈런보다는 내 장점인 좋은 타구를 날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후가 20일 8회 2사서 SK 이원준을 상대로 3점홈런을 친 장면은 여러모로 눈에 띄었다. 덕아웃에서 7회 홈런을 치고 들어온 박병호, 김하성과 즐겁게 얘기를 나누던 장면이 방송화면에 잡힌 뒤 터진 홈런이었다. 두 사람의 홈런 세리머니가 부러웠던지 이정후도 평소와는 달리 8회 스윙 후 폴로스루가 아주 컸고, 배트플립까지 했다. 21일 SK전에 앞서 이정후는 “직구를 예상했는데 그대로 공이 왔고, 맞아나간 타구가 좋아서 한 번 멋있게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며 배트플립이 의도된 행동이었음을 털어놓았다.
이정후는 경기 후 아버지 이종범에게 의기양양하게 그 장면을 얘기했다. “아빠, 괜찮지 않았어?”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직 멀었어”라고 답했다. 그럴 만도 했다. 한국야구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배트플립을 했던 선수들 중 아버지 이종범의 이름은 절대로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 8강전에서 후지카와 규지를 상대로 8회 1사 2·3루서 적시타를 치고 나서 했던 행동은 아직도 전설로 남아있다. 당시 이종범은 흥분한 나머지 홈런이 아닌데도 만세를 부른 다음 1루를 향해 뛰었는데 결국 3루서 아웃되고 말았다. 당시 많은 야구 꿈나무들은 안타를 치고 난 뒤 이종범의 만세 폼을 따라했다.
이정후는 배트플립에 대해 확고한 자기주관을 갖고 있었다. “앞으로는 어지간하면 하지 않겠다. 박병호 선배처럼 홈런을 치고도 당연하다는 듯 배트를 내려놓고 뛰는 장면이 내게는 더 멋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고척 |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