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류중일. 스포츠동아DB
21일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LG 트윈스전에선 두산 오재원이 입에 담기도 민망한 화장실 해프닝을 일으켰다. 두산이 2-0으로 앞선 5회초 이유찬의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야 할 오재원이 화장실에서 급한 일을 보느라 약 3분간 경기가 중단됐던 그 사건이다.
당시 아무런 해명도 없이 상대팀 대타가 타석에 들어서지 않자 LG 벤치는 웅성거렸다. 3분이면 마운드에 있는 투수의 어깨에 맺힌 땀이 식기에 충분한 시간이어서 부상 우려도 있었다. 몇몇 매체에선 이를 두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고 자기 팀 내부의 의사소통조차 없었던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난했지만, 류중일 LG 감독은 의연했다. 그럴 수도 있다는 반응이었다. 류 감독은 “두산 김태형 감독이 경기 뒤 전화를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이미 지난 얘기인데다 큰 결례도 아닌데 주변에서 일을 크게 만드는 것 같아서 괜찮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오재원도 경기 후 양 팀 선수들이 인사할 때 LG 김현수를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도 덧붙였다. 류 감독은 ‘왜 항의하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 일도 아닌데 내가 나가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었다. 과정이 문제였을 뿐”이라고 정리했다. 또 “앞으로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런 상황이 생기면 감독이 먼저 주심에게 가서 상황을 알려주고 상대팀에 양해를 먼저 구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일이다. 두산이 왜 그러지 않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며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고 했다.
류 감독은 그 해프닝이 문제가 아니라 라이벌 두산에 3연패를 당한 사실을 더 아프게 받아들였다. “자꾸 지니까 팬에게 미안하다. 다음에 만나면 최선을 다해서 이기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오재원은 오래도록 회자될 해프닝을 하나 남긴 채 23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유는 화장실 사건과는 전혀 관계없는 허벅지 통증이다.
잠실|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