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수목드라마 '영혼수선공'이 지난 25일 종영했다. 정신과를 다루는 '영혼수선공'에는 기존의 의학 드라마처럼 찢기고 터진 상처는 없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욱 아픈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을 치료하기 위해 세상에 둘도 없는 괴짜 의사, 치료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몸을 던지는 의사, 사생활이 없는 의사 이시준이 있다.
신하균이 연기한 시준은 까탈스럽고 때로는 괴팍하지만 자신의 치료방식과 이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이 때문에 병원에 질책 당하기도 하고 다른 의사들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마음을 열고 치유되는 환자들을 통해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내는 유능한 의사이다.
시준이 환자를 치료하는 방식을 보면 다양하다. 신체증상장애를 앓는 환자에게는 다리를 자르겠다며 협박하기도 하고, 자신을 경찰이라 믿는 망상증 환자와 같이 순찰을 돌기도 하며, 진료 받으러 오지 않는 환자의 회사까지 찾아가기도 한다. 퇴근 후에도 당직을 자처하곤 하는데 그가 이렇게 사생활도 없이 환자와 치료에 매달리는 이유가 있다. 바로 자신도 상처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 시준 역시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와의 갈등과 불화, 자신의 눈 앞에서 목숨을 잃은 전 연인이자 환자로 인해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사는 인물이다. 시준의 유일한 낙은 자신의 도움으로 치유되는 환자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시준에게 치료란 직업이 아니라 삶의 이유, 그 자체였다.
비슷한 류의 워커홀릭들이 등장한 드라마는 많았다. 그러나 시준이 그들과 다른 것은 자신의 상처를 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가 많이 고장난 사람이냐고 묻는 우주(정소민)에게 시준은 "저도 아픈 사람이다"라고 고백한다. 우주는 나와 당신이 다르지 않다는 시준의 말에 깜짝 놀라면서도 위안을 얻는다. 시준의 이 고백은 모두가 멀쩡한데 나만 힘들고, 고장난 사람인 것 같은 우주의 비참하고 외로운 마음을 어루만지는 공감이었고, 위로였던 것이다.
'영혼수선공'이 다른 드라마와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상처, 아픔은 약점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숨기거나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시준의 아픔은 약점이 아니었다. 본인이 아프기 때문에 환자의 아픔에 더 잘 공감하고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치유할 수 있는, 시준만의 강점이었다.
신하균은 괴짜 의사 시준을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완성했다. 알고 보면 우주만큼이나 감정의 진폭이 큰 인물이지만 이런 시준을 신하균은 그 중심을 잃지 않고 섬세하면서도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드라마 초반 유쾌하고 유머러스했던 시준이 자신의 아픔을 고백한 중반 이후에도 무거워지지도, 그 결을 잃지도 않은 것도, 시준만의 진정성이 시청자들에게도 오롯이 전해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덕분이다.
사람은 누구나 완전하지 않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고민과 불안을 가지고 살아간다. '영혼수선공'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의미에서 완전하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영혼수선공'은 드라마 모든 제작진과 신하균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이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느라 지친 현대인들에게 건네는 위로이고 힐링인 것이다.
사진 : ‘영혼수선공’ 캡쳐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