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돌해 보여도 스윙이 커져도, 자신의 길을 가는 강백호

입력 2020-07-01 2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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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5회초 2사 2루 kt 강백호가 좌월 2점 홈런을 날린 뒤 그라운드를 돌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잠실|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1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강백호를 언급했다. 야구를 잘하는 3년차 선수지만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간혹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는 얘기에 “이제 프로 3년차다. 플레이 자체가 그렇게 보일 뿐 행동은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 잘하는 선수들은 당돌해 보여야 한다. 중요한 순간에 못 치고 덕아웃에 들어오면서 분해하는 표정을 보면 확실히 승부근성이 있어 보인다”고 응답했다.

KT는 전날(6월 30일) LG와 연장 11회 접전 끝에 3-4로 졌다. 타선이 9회까지 매회 안타를 치고 10개의 4사구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기지 못했다. 잔루를 16개나 만든 소화불량 타선 탓이었다. 이 감독도 “이렇게 꼬이는 경기가 1년에 몇 번 있다. 이런 타순을 짠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선두타자 배정대는 6번의 타석에서 삼진 3개를 당했고, 몸에 맞는 공으로 고작 1번 출루했다. 4번 강백호도 3차례 삼진을 포함해 6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마음을 다잡은 2명은 전날의 실패를 설욕하듯 대폭발했다. 배정대가 LG 선발 차우찬의 초구를 왼쪽 스탠드에 꽂는 1회초 선두타자 홈런을 때렸고, 무사 1·3루서 강백호는 유격수 땅볼로 팀의 2점째를 뽑아줬다. 유한준의 적시타까지 이어져 KT는 3-0으로 달아났다. 5회에는 추가점이 나왔다. 1사 1루서 황재균이 적시 2루타를 터트리며 중전안타를 치고나갔던 배정대를 불러들였다. 이어진 2사 2루서 강백호가 차우찬으로부터 2점홈런(시즌 11호)을 뽑아내자 승패는 급격히 기울었다.

강백호는 차우찬의 한가운데 낮은 슬라이더를 강력한 몸통 스윙을 이용해 가운데 담장으로 날려 보냈다. 발사각도는 19.3도로 낮았지만, 시속 175.5㎞가 나올 정도로 타구 스피드가 엄청났다. 낮고 빠르게 날아가면서 비거리 125m를 그린 홈런은 그동안 강백호가 “(건방지게 보일 정도로) 스윙이 너무 커졌다”는 얘기를 들어가며 만들려던 몸통 스윙의 결과였다.

이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몸통을 많이 회전하는 스윙을 하려고 노력했다. 메이저리그 타자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잘 맞아도 파울이 나오자 손목을 많이 쓰지 않으려고 몸통을 회전하는데, 그러다 보니 스윙이 커진 것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번 물꼬를 튼 강백호는 7회에도 무사 1·2루서 잠실구장 가장 깊은 곳의 펜스를 때리는 2루타로 이날 4타점째를 기록했다. 11-5의 승리에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강백호는 자신만의 길을 향해 용감하게 간다.

잠실|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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