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삼 투구 필기하던 소년…NC 구창모, 리그 에이스로 자랐다

입력 2020-07-02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일 창원 NC파크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NC 선발투수 구창모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창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 시즌은 물론 한 경기 안에서도 성장하고 있다. NC 다이노스 팬들은 올해 단독선두를 질주하는 팀 성적은 물론 ‘엔구행’ 구창모(23)의 성장을 바라보는 재미까지 느끼고 있다. 6년차 에이스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NC는 1일 창원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2로 승리했다. 타선에서는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으로 펄펄 날았던 나성범이 빛났다. 마운드는 구창모의 영역이었다. 7이닝 5안타(1홈런) 11삼진 2실점 쾌투로 시즌 7승(무패)째와 입을 맞췄다. 직전 등판이었던 6월 25일 수원 KT전 4이닝 5실점 아쉬움을 털어버렸다.

경기 후 구창모는 “안 좋았던 경기 다음 등판이 중요했는데 결과가 좋으니 기분도 좋다. 제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양)의지 형의 공격적 리드와 타자 형들의 초반 지원 덕분에 편했다”고 입을 열었다. 스스로 꼽은 직전 등판 고전 원인은 좋은 컨디션이었다. “불펜에서 몸을 풀 때 공이 좋았다. 그걸 가라앉혔어야 했는데 들뜬 채 마운드에 올라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에 대해선 “1회 실책이 나왔을 땐 막았고, 2회부턴 내가 연속 안타를 내준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고전으로 구창모의 평균자책점(ERA)은 0.82에서 1.37까지 올랐다. 무실점을 전제로 23이닝을 더 던져야 다시 0점대 ERA 진입이 가능했다. 그만큼 힘든 기록을 쌓아왔다는 자체가 대단하지만 선수 개인에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구창모는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사실 0점대 ERA 기록을 신경 쓰는 게 힘들었다. 1점만 줘도 ERA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편하게 한두 점 준다는 생각으로 공격적 투구 중이다. 아쉬움은 70, 후련함이 30”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구창모의 투수 맞상대는 장원삼(롯데 자이언츠)이었다. 입단 초반만 해도 구창모는 지금처럼 최고 150㎞대 속구를 던지지 못했다. 자연히 빠르지 않은 공으로도 타자들과 승부하는 좌투수 장원삼을 보고 배울 수밖에 없었다. 구창모는 “(장)원삼 선배의 제구와 경기 운영을 보고 배웠다. 원삼 선배가 등판하는 경기 영상을 보고 볼 배합 등을 필기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제 구창모는 수년 전 장원삼이 그랬듯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는 길을 걷고 있다. 0점대 ERA가 깨져도, 아쉬운 결과에 고개를 떨궈도 그렇게 한 꺼풀씩 성장하는 중이다. 구창모의 성장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올 시즌은 한층 흥미로워질 전망이다.

창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