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대한항공 산틸리 감독의 슬기로운 한국생활 엿보기

입력 2020-07-03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은 바쁜 일과를 쪼개 한국을 배우고 있다. 지난달 27일 올레니 전력분석관(가운데), 박진성 사무국장(오른쪽)과 함께 강화도를 찾은 산틸리 감독. 사진출처|산틸리 감독 페이스북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55)이 ‘슬기로운 한국생활’을 하고 있다.

산틸리 감독은 5월 24일 V리그 남자부 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으로 한국 땅을 밟은 뒤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쳤다. 6월 8일 한국 언론과 상견례를 한 뒤 일상으로 돌아갔다. 대한항공의 경기도 신갈 훈련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새 시즌에 대비한 훈련을 시작한 그는 “대한항공이라는 좋은 수프에 몇 가지 소스를 추가하려고 한다”며 약간의 변화를 언급했다.

그러나 최근 대한항공의 훈련을 지켜본 사람들에 따르면, 많은 변화가 엿보인다. 감독이 직접 선수들과 함께 움직이며 실전에서 나올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눈에 띄게 늘렸다고 한다. “훈련시간은 이전과 비교해 많아지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강도를 높이다보니 선수들이 더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귀띔했다.

프란체스코 올레니 전력분석관의 영향인 듯 상대의 공격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움직임도 많아졌다. 센터들에게 “내 앞에 공격수가 있다고 무작정 블로킹을 위한 점프를 하지 말고, 공이 움직이는 방향에서 공격수가 어떤 공격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예측하고 뛰라”고 주문했다. 또 다양한 상황에서 필요한 동작을 잘 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훈련시키고 있다. 무엇이든 대충 넘어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서울 북촌마을 카페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산틸리 감독(오른쪽). 사진출처|산틸리 감독 페이스북


새 외국인 감독에게는 훈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처음 발을 디딘 이 땅에서 살아가는 법도 빨리 익혀야 한다. 산틸리 감독은 지난달 12일 한국에서 처음 맞이한 ‘불타는 금요일’을 코칭스태프와 함께 즐겼다. 용인에서 최부식, 장광균, 문성준 코치, 이주현 전력분석관 등과 회식을 하며 그간의 스트레스를 풀고 편하게 얘기를 주고받았다. 17일에는 서울 북촌마을 찾아 한옥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서울의 실루엣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산틸리 감독의 서울 탐방은 지난달 22일에도 이어졌다. 남산에서 서울을 조망했고, 덕수궁에선 수문장들의 교대식 장면을 동영상에 담았다. 27일에는 올레니 전력분석관, 박진성 사무국장과 강화도를 찾았다. 보문사에서 한국 사찰의 아름다움을 감상한 뒤 기념사진도 찍었다. 산틸리 감독의 한국어 교사 역할을 맡고 있는 박 사무국장은 “한국적인 풍경을 좋아하고 오래된 사찰을 가보고 싶다고 해서 보문사에 함께 갔다”고 밝혔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 매운 한국음식도 꺼리지 않는다. 사진출처|산틸리 감독 페이스북


구단이 마련해준 용인의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산틸리 감독은 오전 7시 훈련장에 출근해 오후 6시30분 훈련 종료 후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간다. 스스로 “나이가 많아 아침잠이 없다”고 말하는 ‘새벽형 인간’이다. 입이 까다롭지 않아 선수단과 하루 3번의 식사를 같이 한다. 생선류를 특히 좋아하며 특별히 꺼리는 것은 없다. 강화도 여행 때는 장어구이를 맛있게 먹었다.
이탈리아인답게 오징어 요리도 잘 먹는다.

이제 어지간한 한글은 다 읽을 수 있지만 아직 단어의 뜻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기소개와 인사는 한국어로 할 수 있고, 배구에서 필요한 용어(빨리 때려, 왼쪽 오른쪽으로 가 등)를 구사하지만 읽는 것에 비해 말하는 것은 약간 더디다고 한다.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인생의 도전을 시작한 산틸리 감독에게 지금 대한항공과 한국생활은 즐거움과 신기함의 연속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