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가야 할 길과 남은 91경기

입력 2020-07-07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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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최원호 감독대행-김태균. 스포츠동아DB

6일 현재 13승40패, 승률 0.245. 승패의 마진은 마이너스(¤) 27이다. 올 시즌 최하위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한화 이글스가 처한 서글픈 현실이다. 한용덕 전 감독은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최원호 감독대행이 남은 시즌을 헤쳐 나가야 한다. 기적이 일어나기 전에는 가을야구에 나갈 확률이 없는 팀이 남은 시즌 동안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6위를 하기 위해 야구를 하지 않는다”는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의 말처럼 한화가 올 시즌 10위를 하든 9위를 하든 큰 차이는 없다. 이미 실패한 시즌이다. 그렇다면 뼈아픈 실패 속에서 교훈을 얻고 다음 시즌에 도움이 될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한다. 당연히 잔여경기에서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와 방향성을 확고히 정해야 한다. 이런 장기 플랜을 세우는 주체는 프런트이고, 목표를 사령탑에게 제시하고 실행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한화에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때 최 대행에게 남은 시즌 운영 방향을 물었다. 그는 “모든 경기마다 가장 경기력이 좋은 선수를 투입해 이기도록 노력하고, 잘하는 선수를 격려하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현장 책임자가 할 수 있는 가장 모범적인 대답이다.

지금 한화는 가을야구에 나가려고 무리하게 선수를 쥐어짤 할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경기를 포기한 채 경험 없는 선수들을 투입하는 성의 없는 운영을 했다가는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그나마 무관중 경기라 다행이지만, 프로야구라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의 기량을 보여준다면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팬들은 분노할 것이다.

한화로선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걸리는 것이 많은 애매모호한 상황인데, 감독대행이 먼저 “다음 시즌을 위해 뭔가 준비하자”고 나서하기도 어렵다. “(나도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대행일 뿐인데 지금 내년 계획을 먼저 세우는 것도 오지랖”이라는 최 대행의 말에서 그런 고민이 드러났다. 그는 ‘남은 시즌 운영에 대해 구단으로부터 어떤 주문이 있었나’라는 질문에는 “지금 선수들의 기량 극대화 외에는 특별한 말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손을 놓은 채 남은 시즌을 방치하다시피 한 한화의 행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4번타자다. 특정 선수를 거론해 안타깝지만, 올해 38세의 김태균은 은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때 팀을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였지만, 전성기를 지난 데다 슬럼프가 지속돼 한창때의 기량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런 선수가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에 바빠야 할 팀에서 여전히 4번타자로 뛰고 있다.

은퇴투어를 잘 마무리하라는 의미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다. 내일의 한화를 이끌 누군가에게 지금의 귀중한 시간을 투자해 4번타자로 경험을 쌓도록 하는 편이 더 나을 듯한데 변화가 없다. 누군가는 “벤치 리더로서 어린 선수들을 이끌며 팀 분위기를 잡아가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꼭 4번타자로 출전해야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또 그 리더의 역할이 2021시즌의 한화에는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궁금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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