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발걸음! SK 이건욱, 낯설음을 익숙함으로 바꿔간다

입력 2020-07-08 2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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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6회까지 NC 공격을 1실점으로 막은 SK 선발 이건욱이 이닝 종료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제 이건욱(25·SK 와이번스)의 이야기를 꺼낼 때 더 이상 오타니 쇼헤이(26·LA 에인절스)의 이름을 꺼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과거가 아닌 현재로 인정받기에 충분하다. 임시선발로 시작한 이건욱은 1군의 낯설음을 익숙함으로 바꾸고 있다.

SK는 8일 인천 NC 다이노스전에서 3-2로 이겼다. 리그를 지배했던 홈런군단의 위용은 희미해졌지만 이날은 모처럼 대포로 상대를 제압했다. 1회말 오준혁의 솔로포, 2회말 이현석의 2점포로 점수를 뽑았고 마운드는 귀중한 승리를 끝까지 지켜냈다.

특히 선발투수 이건욱의 6이닝 3안타 5삼진 1실점 역투가 빛났다. 최고 144㎞의 속구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곁들이며 리그 최강 NC 타선을 이겨냈다. 5회초 1사 후 연속안타와 폭투, 땅볼로 1점을 내줬지만 그외에는 별다른 위기도 없었다. 시즌 3승(2패)째.

이건욱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SK에 입단했다. 5년 만에 부활한 1차지명에서 풍족했던 ‘인천 팜’이 배출한 선수였으니 기대가 컸다. 특히 동산고 2학년 시절인 2012년 18세 이하(U-18) 야구월드컵 일본과 5·6위전에서 오타니와 선발 맞대결을 펼쳐 승리한 이력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17년까지 4년간 1군 3경기 2이닝 7실점의 초라한 결과만 남긴 채 사회복무요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 매번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소집해제 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서 나타났다. 몸을 잘 만들어왔다는 평가를 받으며 미국 플로리다주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개막은 2군에서 맞았지만, 예상보다 이른 5월 8일 1군에 잠시 콜업되기도 했다. 본격적 기회는 5월 28일 2번째 1군 콜업부터 찾아왔다. 염경엽 감독은 닉 킹엄이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이건욱에게 맡겼다.

임시로 얻은 데뷔 첫 선발등판 기회였지만 능력으로 잡아냈다. 이건욱은 5월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등판해 5.1이닝 3안타 1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SK의 올 시즌 최다 5연승의 시작이 이건욱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6월 3일 창원 NC전에선 3이닝 5실점으로 패했지만, 이후 3경기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꾸준한 기회를 얻었다. 6월 26일 인천 LG 트윈스전에선 생애 첫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까지 챙기며 2승째를 따냈다. 올 시즌 10경기에서 42.2이닝 평균자책점(ERA) 2.95. 선발등판 경기로 범위를 좁혀도 8경기, 40.1이닝, ERA 3.12로 준수하다.

첫 선발등판, 첫 승, 첫 QS. 이건욱의 올 시즌 일지에는 유독 ‘처음’이 많이 등장한다. 낯설었던 발걸음은 어느새 익숙함으로 바뀌었다. 자신의 이름 앞에 ‘임시’ 꼬리표는 뗀 지 오래다. 이건욱은 그렇게 소중한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다.

인천|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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