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루수 최고 기록 눈앞! KT 박경수, 새 역사 3개 순항 중

입력 2020-07-14 12: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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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경수. 스포츠동아DB

강력한 임팩트로 시즌 전체를 지배한 적은 없지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걸어왔다. 자연스레 쌓인 기록은 어느새 ‘전설’에 근접했다. 박경수(36·KT 위즈)가 올 시즌 KBO리그 2루수 부문의 새 역사들에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다.

박경수는 13일까지 올 시즌 54경기에서 타율 0.301, OPS(출루율+장타율) 0.864, 7홈런, 35타점으로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30대 중반을 넘어섰지만 2루수로 376.1이닝을 소화하며 10년 넘게 차이 나는 후배들과 수비이닝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비범위를 측정하는 RF9(Range Factor)는 5.62로 리그 1위. 지난해 137경기에서 타율 0.247, 10홈런, 65타점으로 고전했던 아픔을 서서히 지우고 있다.

2루수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수명이 짧다. KBO리그 역사를 둘러봐도 만 35세 이상에 풀타임 2루수로 시즌을 소화한 경우는 드물다. 36세 2루수가 리그에서 가장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며 내야를 이끄는 것 자체가 낯선 광경인데, 타격 성적까지 뛰어나다. 지금의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올해 KBO리그에는 2루수 관련 최초 기록 3개가 탄생한다.

가장 유력한 것은 2루수 최초 6연속시즌 두 자릿수 홈런이다. 시즌 반환점도 돌기 전에 7홈런을 때렸으니 경신은 시간문제다. 아울러 통산 홈런 기록도 올해 안에 달성이 유력하다. 2003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한 박경수는 1648경기에서 142홈런을 때려냈다. 주 포지션이 2루수인 선수의 최다 홈런은 김성래(은퇴)의 147개. 이 기록도 올해 박경수에 의해 깨질 기세다. 여기에 35세 이상 2루수 최초의 3할 타율도 목표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05년 안경현(은퇴)의 0.293인데, 지금의 박경수라면 충분히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 체력관리가 쉽지 않은 만큼 이강철 감독도 박경수의 컨디션을 면밀히 살피며 안배하는 중이다.

KT는 2015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18억2000만 원에 박경수를 영입했다. 프리에이전트(FA) 몸값에 거품이 빠진 지금은 물론, 당시 기준으로도 높은 금액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오버페이’ 논란이 일었다. 절치부심한 박경수는 그라운드 안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였고, 클럽하우스 리더의 역할까지 해내며 평가를 바꿨다. 2019시즌을 앞두고 3년 총액 26억 원에 2번째 FA 계약을 할 때는 오버페이라는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성적으로 자신을 향한 인식을 바꾼 것이다.

데뷔 18년째. 주요 공격지표에서 10위 안에 든 적은 없다. 2010년 몸 맞는 공 4위(16개)가 전부다. 하지만 묵묵히 쌓아올린 숫자들은 어느새 박경수를 리그 최고 2루수 반열로 올려놓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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