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반도’ 연상호 감독 “‘부산행’ 때 금기어였던 ‘좀비’, 이렇게 오래할 줄은”

입력 2020-07-1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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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NEW

“‘부산행’ 때는 좀비물이 이렇게 사랑 받을 줄 몰랐죠.”

4년 만에 ‘반도’를 들고 온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당시 ‘좀비’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마케팅적으로 좋지 않을 수 있어 금기어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감염자’라 대체해 불렀다. 그는 “좀비가 마이너스 요소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이렇게 사랑 받을 줄 몰랐고 이렇게 오랫동안 좀비 영화를 할 것이라 생각하지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사실, ‘부산행’ 이전까지 ‘좀비’를 소재로 한 작품은 미국이나 서양국가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이후 ‘K-좀비’라는 용어가 생겼고 최근에는 넷플릭스 ‘킹덤’ 등을 통해 한국적인 좀비들이 세계 팬들에게 사랑받는 시대가 오게 됐다. 이에 ‘반도’를 향한 국내외 팬들의 기대치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개봉 전 예매율 역시 80%를 넘어섰다.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연상호 감독이 보여주는 ‘반도’는 ‘부산행’ 4년 뒤의 이야기다. 좀비가 점령해 폐허가 된 ‘반도’로 돌아가는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미처 그곳을 나가지 못했던 이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연상호 감독은 어릴 때부터 ‘매드맥스’, ‘워터월드’, ‘아키라’ 등을 보며 자랐다며 평소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물 (終末物))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주말의 명화’로 ‘매드맥스’를 봤어요. 기묘한 집단이 나오는 그 영화를 보며 큰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인간이란 저런 거다’라는 것을 이해했어요. 사실 인간성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르가 포스트 아포칼립스고 역설적으로 휴머니즘이 담겨 있기도 하거든요. 단 한 번도 전 이 장르를 연출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좀비를 이용하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반도’를 만들겠죠.”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연상호 감독이 선택한 요소는 바로 ‘아이들’이었다. 기존 영화에서 ‘아이’라 하면 나약하고 보호해줘야 할 대상이었지만 ‘반도’는 다르다. 태어나면서 좀비를 물리치며 살았던 ‘준이’(이레 분)와 유진(이예원 분)은 당돌하고 강하다. 돈을 위해 ‘반도’로 들어와 좀비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정석(강동원 분)을 구출하고 현란한 운전 실력으로 차를 운전하며 좀비 떼를 치워버린다. 그 안에서 정석은 ‘퍼덕’거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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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옛날 그림을 보면 4~5살 소년이 소 치는 그림이 많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어느 부모가 어린 아이를 소를 치라고 시키겠는가. 그런 것처럼 ‘반도’안에 남아있는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생존 본능과 능력이 남다를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아이라는 존재는 어떤 상황에 있든 적응력이 어른보다 낫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부산행’ 촬영이 끝나고 딸이 태어났는데 1년 사에 세상에 적응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참 놀라웠어요. 아이라는 존재가 되게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습득력도 빠르고 세상의 적응하는 힘이 놀라웠죠. 어느 날은 딸아이가 팔이 부러져서 왔어요. 부랴부랴 응급실에 간 저와 아내는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거리고 있는데 다친 딸은 아무렇지 않아 하더라고요. 붕대를 칭칭 감고는 ‘아빠 차 어딨어?’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코로나19가 터지고 제일 빨리 적응한 것도 아이들일 거예요. 일마치고 집에 오면 ‘아빠 손 빨리 닦아!’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보다 이 시국을 빠르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반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단연코 액션 시퀀스다. 온갖 무기와 자동차 등을 활용해 좀비와 정면으로 맞서는 생존자들의 액션은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특히 20분 규모의 카체이싱 장면은 ‘반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절정으로 치달은 인물들의 감정과 역동적인 볼거리가 눈길을 끈다. 자동차에 몸을 ‘쿵쿵’ 부딪치는 좀비의 모습에서 쾌감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이 장면을 완성시킨 연상호 감독은 실제로 조바심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워낙 큰 영화이기도 해서 전체적인 예산이 크지만 이 장면을 원하는 대로 찍으려면 내가 생각한 금액 한도가 넘어서겠더라. 그래서 여러 회의를 하며 CG에 할애를 많이 했고 불필요한 촬영은 과감히 뺏다”라며 “세트 역시 여러 개를 만들 예산이 되지 않아 한 세트에서 여러 가지를 바꿔가며 촬영을 했다. 미술팀이 고생이 많으셨다”라고 말했다.

“영화산업이 고도화되다보니 예전처럼 시간을 넘겨서 촬영을 하진 못해요. 하루치의 계획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으면 큰일이 납니다. 특히 이렇게 큰 예산의 영화의 촬영 일정이 꼬이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거든요. 그래서 촬영 전 대부분 짜여 있는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어요. 카체이싱 같은 경우도 애니메이션으로 다 만들어서 그거대로만 찍었죠. 안 그러면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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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는 연상호 감독의 세 번째 실사 영화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 등으로 먼저 주목을 받았던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서울역’, 그리고 ‘반도’로 ‘연니버스’를 탄생시켰고 이 외에도 tvN 드라마 ‘방법’에서 작가로 데뷔했고 현재 웹툰 ‘지옥’까지 연재 중이며 곧 넷플릭스 드라마로 나온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안방극장’과 영화관에서만 작품을 보는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은 휴대폰과 게임 등으로 문화를 향유하는 시대다. 연상호 감독에게 시대를 앞서 본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운이 좋은 창작자”라고 답했다.

연상호 감독은 “지금도 여러 플랫폼과의 작업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 여기저기서 다 성공을 하겠다는 엄청난 욕망덩어리는 아니다. 단지 또 다른 나의 취향을 선보일 수 있는 자리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라며 “머릿속에 여러 아이템들과 플랫폼이 있는데 서로 맞춰가며 가장 잘 어울리는 것으로 골라 쓰려고 한다. 유연하게 작업하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엔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 문화를 공유하게 될지 모른다. 영화도 ‘밈(meme)’ 문화 속에 들어가 ‘놀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요즘은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선이 없으니 TV드라마 마지막회는 극장에서 상영할 수도 있고. 요즘 게임도 큰 엔터테인먼트다. 예술적인 수준도 높아졌다. 우리의 콘텐츠와 게임이 결합되면 또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모른다. 답은 존재하지 않으나 그것을 잘 이용하면 더 재미있는 놀이거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연상호 감독은 관객들이 ‘반도’를 잘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도’는 오락요소가 많은 영화잖아요. 휴대폰이나 TV로 보는 것보다 영화관, 특수관 등 잘 이용하시면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안 좋은 상황에서 영화가 나온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 같고요. 많은 분들이 안전을 지키시면서 영화보시고 식사도 하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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