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LG 고우석 앞에 놓인 두 단어, 반짝 시즌과 지속성

입력 2020-07-15 14: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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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고우석. 스포츠동아DB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라는 대중음악계의 표현이 있다. 우리말로는 ‘반짝 히트’로 표현된다. 매일 스타 후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사라지는 대중음악계에서 데뷔곡으로 히트를 친 사람은 많지만 진정한 아티스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첫 성공 이후 후속곡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제작자들은 “1집보다는 2집을 성공시켜야 진정한 가수”라고 말한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올림픽처럼 4년 주기로 열리거나 대회기간이 짧은 토너먼트에서는 최고의 컨디션에 행운마저 겹쳐 우승하는 경우가 나온다. 프로야구도 그런 사례가 있다. 1992시즌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을 했을 때가 그랬다. 페넌트레이스 3위로 가을야구에 합류한 롯데는 삼성 라이온즈~해태 타이거즈(현 KIA)~빙그레 이글스(현 한화)를 잇따라 꺾고 정상에 섰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 특히 19세 고졸 루키 염종석이 포스트시즌에 보여줬던 피칭은 1984년 최동원의 한국시리즈 4승만큼이나 강렬했다.

선수에게도 그런 행운의 시즌이 있다. 역대 KBO리그에서 한 시즌에 가장 반짝했던 선수는 KIA 타이거즈 김상현이었다. 2009시즌의 스윙과 강렬한 퍼포먼스는 마치 메이저리그의 엄청난 강타자가 국내무대에서 한 수 위의 기량을 보여주는 듯 했다. 아쉽게도 그 활약은 지속되지 못했고, 평범한 선수로 추락했다. 그 기량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스타와 평범한 선수를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로 3C를 꼽는다. 지속성(Consistency), 집중력(Concentration), 자신감(Confidence)이다. 요즘 감독들의 입에서 자주 들리는 ‘계산이 서는 선수’라는 표현이 지속성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매일 경기를 하는 선수의 기량이 들쑥날쑥해서 오늘 활약을 장담할 수 없다면 감독은 기용을 고민한다. 항상 자기 역할을 해내고, 기대하는 순간 뭔가를 보여주는 선수가 진정한 스타다. 그런 선수들은 쉽게 부상도 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타는 부상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요즘 악전고투중인 LG 트윈스는 불펜의 희망 고우석이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시즌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그는 프로 3년차에 경이로운 시즌을 보냈다. 최연소 30세이브 기록을 세우며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그래서 모두의 기대가 컸지만 올 시즌 초반 부상을 당했다. 왼 무릎 내측 반월판 연골손상이었다. 예상보다는 조기에 재활을 마치고 복귀해 11일 1군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는데 기대만큼의 수준은 아니다.

LG 류중일 감독은 “아직 과거의 폭탄 같은 느낌은 아니다”라고 했다. 공의 회전력과 수직 무브먼트가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14일 롯데전에서도 0-2로 뒤진 8회 등판해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3실점했다. 과연 고우석의 회복능력과 지속성은 어느 정도일까. 참고 기다려서 그가 정상으로 돌아온다면 LG에게 희망은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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