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서울예술단
[DA:인터뷰] ‘잃어버린 얼굴 1895’ 박혜나 “코로나19, 무대 오를 수 있음에 감사”
“무사히 공연을 올렸습니다. 다시금 예전의 일상이 그리워집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고 또 배웁니다. 다음주 4회 공연 만이 남았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려요. 모두 무탈하시길.”
뮤지컬 배우 박혜나가 지난주 주말 서울예술단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공연을 올린 소감을 인스타그램으로 전했다. 원래라면 8일에 첫 공연을 올릴 예정이었던 이 공연은 코로나19 재확산 위험으로 정부방침에 따라 첫 공연을 열흘 뒤에야 올릴 수 있었다.
박혜나는 누구보다 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게 역할 제안이 들어온 것은 올해 일본에서 ‘데스노트’ 공연을 하고 있을 때였다. 평소 서울예술단 작품의 팬이었던 그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박혜나는 “연락이 오자마자 하겠다고 말했다. 예전에도 할 기회가 있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 할 수 없었다. 그냥 나와 연이 없었나 싶었는데 이번에 함께 할 수 있게 돼서 정말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걸 하고 말거야’라는 생각은 별로 없어요. 그럼에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새롭게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긴 해요. 독특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뮤지컬 ‘킹 아더’ 같은 경우에는 기존 공연과 달리 ‘쇼’ 형식이 강해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케피’ 같은 경우도 드라마가 강해서, 또 황정민 선배와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참여를 하게 됐었어요. ‘잃어버린 얼굴 1895’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명성황후’가 아닌 인간 ‘민자영’에 초점을 맞춰 만든 공연이라 끌렸어요. 게다가 가무극인지라 무용수들의 열연으로 무대를 꽉 채우는 압도감이 있거든요. 꼭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제공=서울예술단
아무리 인간 ‘민자영’을 연기한다고 하지만 역사의 모진 풍파 속에 있었던 그가 아니던가. 박혜나는 연기를 위해 조선의 역사를 공부했다. 공부를 하며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던 그는 “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하다보니 같은 민족으로 너무 슬펐다. 지리적 위치나 파벌 싸움 등으로 너무 치이면서 살았더라”며 “그런데 현재 우리의 상황이 달라졌나. 계속해서 치이면서 살았고 이런 상황이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 참 슬펐다”라고 말했다.
이어 “역사를 공부하면서 민자영을 인간으로 접근했다. 물론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 황후이긴 하지만 그 또한 인간이 아닌가. 모진 풍파가 올 때 겪었을 두려움은 아마 우리와 같지 않을까”라며 “그것을 관객들이 이해를 할 수 있게끔 잘 전달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박혜나는 이번 ‘잃어버린 얼굴 1895’를 통해 서울예술단과 첫 협업을 했다. 소감을 물으니 “출근이 가장 어렵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공연을 하다보니 새벽 3시에 잠을 자고 아침 10시에 일어나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서울예술단은 아침 10시에 출근을 하고 오후 5시에 퇴근을 한다. 집에 빨리가는 것은 좋은데 일찍 일어나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 말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서울예술단 단원들의 끈끈함이었어요. 매일 연습하며 얼굴 보는 사이니까 일반적인 뮤지컬 배우들처럼 같은 공연을 해야 볼 수 있는 사람들과는 다른 정(情)이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 박석용 선배가 정년퇴임을 하셨는데 모노드라마를 준비하셨어요. 후배들은 선배의 마지막 공연을 함께 보며 작별을 하고. 저도 그걸 함께 보는데 가슴이 뭉클했어요. 배우는 점점 잊히는 직업이고 눈앞에 안 보이면 남는 것이 없는데 배우로서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더라고요. 서울예술단이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사진제공=서울예술단
박혜나의 이번 선택도 그랬듯, 그는 늘 도전했다. 수많은 공연 뿐 아니라 ‘겨울왕국’ 시리즈에서는 엘사의 노래를, 그리고 드라마 ‘우아한 가’에서 모석희(임수향 분)의 엄마 ‘안재림’ 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얼굴을 알리는 등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다. 심지어 올해 1월에는 뮤지컬 ‘데스노트’를 일본 도쿄 토요시마 구립예술문화극장에서 일본어로 공연을 하기도 했다.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는 것을 병적으로 하기 싫어한다”고 말한 박혜나는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늘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 일본 공연 역시 새롭고 신나지 않나. 인생은 딱 한 번사는 건데 설렘과 두려움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며 즐겁게 살고 싶다. 내가 언제 또 일본에서 현지인들과 공연을 해보겠나”라고 웃으며 말했다.
어쩌면 박혜나에게 설렘과 두려움의 감정은 지금도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가 온 나라를 휩쓸고 간 이 시기에 배우로서 무대에 서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겠지만 반대로 무대를 설 때 설렘이 더 강할 것 같았다. 실제로 그는 “예전보다 감사하고 연습을 하면 그렇게 신이 나더라. 여전히 믿겨지지 않지만 현실이라 슬프지만 그럼에도 무대에 오를 수 있음에 다시 감사함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무대에 올랐을 때 누구보다,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해 공연하려고 해요. 오시는 모든 분들이 힘을 얻을 수 있게, 행복할 수 있게 공연하겠습니다. 커튼콜 때 여러분들 바라보며 행복해 할 제 모습도 기대해주세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