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감독 김태형. 스포츠동아DB
때론 너무 말을 함부로 한다고 욕도 먹지만,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의 발언은 직설적이다. 그래도 툭툭 내던지는 말 속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21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도 특유의 입담이 발휘됐다.
선발투수진에 공백이 생겨 22일 박치국을 등판시킨다고 김 감독이 먼저 말문을 열자, 취재진 중 한 명이 “박치국 선수는 자신이 선발 체질이 아니라고 하던데…”라며 질문을 했다. 예상 밖의 얘기에도 김 감독은 웃으며 “체질로 야구하나. 감독이 하라면 해야지. 그 체질을 바꿔주겠다”고 답했다. 얼핏 들으면 선수의 의사를 무시하는 감독의 독단으로 들리겠지만, 팀 사정상 박치국의 선발등판은 이번 한 번이 아니라 장기적이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김 감독은 곧 “(박)치국이가 당분간은 그 자리를 계속 해줘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용찬의 부상 이탈과 빡빡한 경기일정으로 선발진 꾸리기가 버거운 김 감독은 현재 남아있는 투수자원 중 그래도 박치국의 능력을 가장 믿고 있는 듯했다.
키움과의 2·3위 대결을 앞두고 취재진은 감독이 선수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는지도 궁금해 했다. 김 감독은 “내가 얘기한다고 어떤 큰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선수들끼리 알아서 스스로 얘기하고 준비한다”며 시즌 도중 감독의 역할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 팀 불펜투수들이 원정경기에 가서는 많은 실점을 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그것을 언급하면 선수들이 더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페넌트레이스는 선수들의 시즌이다. 감독은 그날 엔트리 중 컨디션과 집중력이 가장 좋고, 오늘 경기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선수를 선발 라인업에 넣는 것 외에는 경기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타순과 관련해서도 타격코치들과 전력분석팀에서 상대 선발투수에 맞춘 데이터와 선수의 컨디션까지 반영해 보고하기에 감독은 코치의 결정을 잘 바꾸지 않는다. 감독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야구는 과거에나 가능했다. 장기전에선 팀 구성원 모두의 능력에서 희비가 갈리는데, 김 감독은 그 변화를 잘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잠실|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