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맷을 바꾸면 길이 보인다… ‘지혜로운 예능 제작생활’

입력 2020-07-22 1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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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길은 없다. 걸어 나아가면 길이 되고, 그 위에서 방향은 지혜롭게 바꿀 수 있다.’
최근 일부 예능프로그램의 흐름을 이처럼 설명한다면 과장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제작상 갖은 장벽에 부딪힌 일부 예능프로그램들이 구성과 내용을 확 바꾸면서 새롭게 시청자 시선을 끌고 있다. 감염병 확산 여파로 많은 방청객을 모을 수 없고, 해외 촬영 등을 진행할 수 없게 된 제작진의 고육지책이지만, 이를 넘어 ‘슬기로운 제작생활’의 모범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상은 넓고 소재는 많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의 무대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다. 당초 진행자인 유재석과 조세호가 거리와 사무실 등 일상적 공간에서 시민들과 퀴즈를 풀며 대화를 나눠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기존 방식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4월 말부터 전문직종 등 시청자의 호기심이 향하는 특정 직업의 유명인과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바꿨다. 17일 제헌절 특집으로 박일환 전 대법관 등 법조인, 5월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이명학 교수 등 교육자, 경찰 이야기를 다루며 영화 ‘범죄도시’ 마동석의 모티브가 된 윤석호 경위 등을 등장시켰다. 22일에도 돈을 주제로 한국조폐공사 직원 이종학 씨, 서울시청 세금징수과 이용범·송정민 씨 등과 대화를 나눴다.

SBS ‘트롯신이 떴다’. 사진제공 | SBS

하늘길이 막히면서 해외 관련 촬영이 불가능해진 프로그램들도 새로운 방식으로 선회했다.
남진·김연자·진성·설운도·주현미·장윤정 등을 내세워 “케이트로트의 세계 진출”을 기치로 내건 SBS ‘트롯신이 떴다’는 최근 랜선 무대를 택했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에서 버스킹 공연을 통해 한국 트로트의 시장 넓히기를 시도했지만, 이제 코로나19로 해외 공연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방청객이나 관객 없이 공연을 펼치고 이를 온라인으로 선보이고 있다.

MBC 에브리원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국내 거주 외국인이 모국의 친구와 가족을 한국으로 초대해 함께 여행하는 포맷이었다. 하지만 감염증 여파로 인해 외국인 입국이 제한되면서 주한 외국인의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참에 새롭게 바꿔보자”

이 같은 변화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제작진의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더욱 더 새롭고 신선한 분위기로 시청자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구성과 내용을 바꾸면서 꾸준히 시청률을 높여왔다. 최근 방송 분인 17일 제헌절 특집은 3.2%(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자체 최고치를 기록했다. “랜선 버스킹으로 전 세계 200만명에게 케이 트로트를 들려주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새롭게 내건 ‘트롯신이 떴다’도 최근 해외 접속자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꿔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방송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제작진의 노력이 녹아든 변화이지만, 기존의 고정적인 제작방식만을 고수하려는 또 다른 예능프로그램에 새로운 고민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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