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도‘의 한 장면. 사진제공 | NEW
개봉 여부를 저울질하던 영화들이 공개 일정을 확정하는 가 하면 할리우드 대작도 북미 개봉에 앞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등 국가에 먼저 작품을 소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극장가가 ‘반도’가 일으킨 바람에 힘입어 활기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 대만·싱가포르 등 동시 흥행 성과
강동원·이정현이 주연한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제작 영화사레드피터)가 개봉 첫 주에 180만 관객을 동원, 21일 누적 200만 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돌파했다. 여름 극장가 흥행작이라는 단일성과를 넘어 또 다른 의미에서 상징성을 발휘하고 있다.
먼저 ‘반도’를 계기로 아시아 국가의 극장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국내와 동시에 개봉한 대만, 싱가포르에서 역대 한국영화 최고 오프닝 성적을 기록한 성과가 대표적이다.
두 나라에서 ‘반도’는 첫 주말동안 각각 470만 달러(약 56억원), 79만500만 달러(약 9억5000만원)의 매출을 거뒀다. 대만에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수준 규모로 공개해 거둔 성과이고, 싱가포르의 경우 상영관에 최대 50명까지만 입장할 수 있는 거리두기 시행의 어려움을 딛고 이룬 성공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16일 말레이시아에서 개봉한 ‘반도’는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24일 베트남에서도 대규모로 개봉한다. 국내를 비롯해 베트남에서 진행한 사전 시사회까지 포함해 아시아 5개국에서 개봉 첫 주에 2000만 달러(약 238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 거리두기 속 ‘안전 관람’ 분위기…영화 개봉 속속
‘반도’가 국내를 물론 아시아 개봉국가에서 일으키는 바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적인 극장 침체의 위기를 전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아직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 아시아 몇몇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도 해도, 좌석 띄어 앉기 등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안전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분위기 형성은 간과할 수 없는 ‘극장가 회복 신호탄’으로도 읽힌다.
개봉 2주째 주말인 24일부터 26일까지 ‘반도’가 또 한번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뒤이어 개봉하는 한국영화에도 관심의 시선이 향한다. 29일 정우성·유연석의 ‘강철비2:정상회담’, 8월5일 황정민·이정재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8월12일 엄정화의 ‘오케이 마담’ 등 여름 개봉작들이 줄줄이 관객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극장가 회복 분위기에 힘입어 8월 말부터 9월까지 개봉을 확정한 영화들은 더 있다.
김대명·김희원 주연의 코믹 형사물 ‘국제수사’를 비롯해 ‘반도’ 흥행 주역 이정현의 또 다른 주연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오지호의 ‘태백권’이 출격한다. 9월 말 추석 연휴를 겨냥한 송중기·김태리의 ‘승리호’ 등 대작들도 일찌감치 프로모션에 돌입해 관객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 놀란 감독 ‘테넷’ 한국서 먼저 개봉할까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철저한 방역을 증명한 한국과 달리 감염병이 다시 확산하는 미국에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개 계획이 거듭 연기되고 있다. 극장 운영 재개가 요원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여름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은 개봉 일정을 두 번 연기한 끝에 8월12일 공개 계획이었지만 감염 재확산으로 다시 무기한 연기됐다. 하지만 더는 미룰 수만은 없다는 위기의식 속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등 국가에서 먼저 개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21일 “‘테넷’은 워너브라더스가 2억 달러(약 2400억원)를 투자한 작품으로 영화 흥행을 가르는 뉴욕과 LA 영화관 재개장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개봉을 강행하기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방식을 깨고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에서 먼저 개봉할 수도 있다고 알렸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