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11년 만의 컴백’ 기성용에게 서울과 K리그, 태극마크란?

입력 2020-07-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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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K리그로 컴백한 기성용이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인터뷰 룸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갖고 FC서울과 2번째 동행을 시작했다. 서울 유니폼을 입고 머플러를 목에 두른 채 수많은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친정팀 서울의 요즘과 K리그의 흐름, 대표팀 복귀 등에 대한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상암|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캡틴이 돌아왔다. ‘마스터 키’ 기성용(31)이 11년 만에 K리그1(1부) 친정팀 FC서울로 컴백했다.

기성용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복귀 기자회견에서 제2의 전성시대를 향한 2번째 동행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서울 유니폼을 입고 K리그 통산 80경기에서 8골·12도움을 올린 그는 유럽생활을 마친 뒤 돌고 돌아 ‘서울 맨’으로 복귀했다. 계약기간은 3년 6개월, 등번호는 8번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축구 스타의 복귀에 미디어의 관심도 대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른 ‘거리두기’를 위해 일부 매체들의 입장을 허용하지 않았음에도 120여 명이 인터뷰 룸을 채웠다. 엄청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단상에 오른 기성용은 “K리그로 돌아오려 많이 노력했다. 복귀 과정에 아쉬움도 있었으나,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책임감을 갖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축구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키워드를 통해 기성용의 솔직한 속내와 의지를 들여다봤다.

서울
“서울은 스타도 많았고, 우승 경쟁을 하던 팀이었다. K리그의 모범이 돼야 하고, 리드하는 팀이어야 한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부터는 더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리라 믿는다.”

기성용이 셀틱FC(스코틀랜드)로 향했을 때만 해도 서울은 K리그 강호였다. 승리 DNA가 있었고, 자부심도 넘쳤다. 하지만 지금은 지극히 평범한 팀으로 전락했다. 12라운드를 마친 ‘하나원큐 K리그1 2020’에서 3승1무8패, 승점 10으로 고작 11위다. 객관적 전력만 놓고 보면 지금 서울의 위치는 몹시도 낯설다. 안팎으로 잡음도 끊이질 않는다.

자존심이 강한 기성용은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반등할 실력과 의지는 충분하다. 안 좋은 분위기가 쌓이면 침체기가 길어질 수 있는데, 동료들이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11년 만에 친정팀 FC 서울로 돌아온 기성용이 22일 서울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입단식을 가졌다. 기성용이 FC 서울 유니폼을 입고 마스코트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상암|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리그
“국가대표팀을 떠난 뒤 선수로서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부상 등으로 많이 뛰지 못한) 최근 1년간 매너리즘에 빠졌다. 해결책 중 하나가 K리그 복귀였다. 매주 팬들은 저에 대한 큰 기대를 해줄 것이고, 이에 미치지 못하면 많은 비판이 따를 것이다. K리그에서 제2의 전성기가 오리라 확신한다.”

기성용은 자극이 절실했다. 물론 유럽에서 좀더 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으나, 조금이라도 더 많이 뛸 수 있을 때가 복귀 타이밍이라고 여겼다. 자신이 꿈을 품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운 고향이 K리그다. “많이 응원해주신 분들께 제가 잘 성장하고 돌아왔음을 알리고 싶다.”

떠나있던 시간이 짧지 않지만, 기성용은 최근 K리그 흐름도 잘 파악하고 있다. “대표선수들을 보유한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는 한 단계 다른 차원의 축구를 한다. 포항 스틸러스나 강원FC, 상주 상무도 굉장히 수준이 높다”고 밝혔다.

절친
“(이)청용이와 같은 팀에서 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어릴 적 ‘함께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함께 마무리하자’는 약속을 이룰 수 없어 아쉽다.”

기성용은 이청용(32·울산)과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다. 서로를 위했고, 또 존중했다. 거의 같은 시기 유럽으로 향해 힘겨운 도전을 이어갔다. 친정 복귀도 함께 계획했다. 그런데 길이 엇갈렸다. 지난겨울 복귀에 실패한 기성용이 마요르카(스페인)와 4개월 단기계약을 했을 때 이청용은 울산에 둥지를 틀었다.

동지가 아닌 적으로 조우할 둘의 첫 만남은 다음달 30일로 예정돼 있다. 유럽이 아닌 K리그로 옮겨 치러질 ‘쌍용 더비’다. 발목 부상을 거의 털어낸 기성용은 8월 출격을 예고한 상태다. 이 무렵이면 100%는 아니더라도 피치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년 가까이 실전을 뛰지 못해 걱정스럽지만, 결국 뛰면서 감각을 끌어올려야 한다.

기성용은 구자철(31·알 가라파SC)의 K리그 복귀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구)자철이도 K리그를 정말 사랑하는 친구다. 본인도 한국에서 할 일이 있다고 한다. 해외리그 모든 선수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11년 만에 친정팀 FC 서울로 돌아온 기성용이 22일 서울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해 등번호 8번 유니폼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상암|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태극마크
“대표팀은 정신적으로나 여러모로 부담이 큰 곳이다. 쉽지 않은 자리다. 정말 좋은 몸 상태라면 모를까, 지금의 대표팀은 충분히 잘하고 있고 후배들도 잘 성장하고 있으니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대표팀 복귀에 대한 기성용의 솔직한 얘기다. 그는 가장 화려한 국가대표 커리어를 갖고 있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경험했고, 그 후 2차례 월드컵(2014년 브라질·2018년 러시아)을 더 뛰었다. 2012런던올림픽에선 사상 최초로 올림픽 시상대(동메달)에 올랐다. A매치 기록은 110경기 10골.

그러나 지난해 1월 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그에게 대표팀은 대단한 영광이자 큰 압박이었다. 장거리 이동 속에서 평가전이든 국가대항전이든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은 이른 나이에 대표팀을 떠난 이유다.

일단 기성용은 ‘대표팀 복귀’에 대해 선을 그었다. “나이가 들면서 제가 어린 선수들보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구체적으로 복귀를 생각한 적이 없다. 서울에서 만족할 만한 경기력을 펼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잘라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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