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의 무게감, 악재 속 시험대 오른 손혁 감독

입력 2020-07-26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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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감독 손혁. 스포츠동아DB

“훈련이 끝난 뒤 갑자기 팔꿈치가 안 좋다고 하더라.”

1선발 제이크 브리검(32)의 팔꿈치 통증 소식을 ‘다시’ 전하던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47)의 말 속에선 씁쓸함이 묻어났다. 최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투수들이 가뜩이나 적어지고 있는 가운데 악재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손 감독은 26일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브리검의 몸 상태에 대해 밝혔다. 브리검은 이미 5월말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1군 엔트리에서 장기간 이탈한 바 있다. 그런데 1군 복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통증을 호소해 휴식이 불가피해졌다.

손 감독은 “27일 병원 검진을 받는다. 주사치료도 받을 예정인데, 이후 투구를 지켜보고 등판 날짜를 잡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훈련이 끝나고 좋지 않다고 하더라. 장기적인 부상이면 김태훈을 대체선발로 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6월 25경기에서 19승6패를 기록하며 10개 구단 중 월간 승률 1위를 차지했던 키움은 7월 들어 유독 힘이 빠진 모습이다. 26일까지 7월 한 달간 승률 5할을 채우지 못해 최악의 승패 마진을 기록했다. 상위권을 노렸던 팀은 어느새 중위권에서 ‘버티기’조차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키움은 선발진의 거듭되는 부진과 타선의 침체가 맞물려 순위 그래프가 내리막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주축들의 부상 소식까지 끊임없이 나와 설상가상인 형편이다. 그나마 기대해볼 반등요소는 28일부터 1군에 합류하는 새 외국인타자 에디슨 러셀(26)의 존재감뿐이다.

키움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머쥔 팀이다. ‘분명한 성과’를 내고도 기존 사령탑인 장정석 전 감독과 연장계약을 하지 않고, 초보 사령탑인 손 감독에 지휘봉을 맡겼다. 팬들과 내부의 기대치는 당연히 ‘맨 위’로 향해 있을 수밖에 없다. 손 감독은 이른바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든 것이다.

그러나 기대한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서 비난의 화살은 조금씩 사령탑을 향하고 있다. 손 감독은 “매 경기가 위기”라며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지만, 7월의 분위기는 유독 더 무겁게 가라앉고 있다.

손 감독으로선 그야말로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위로 올라갈 동력을 만들 것이냐, 아니면 현재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채 독이 든 성배의 희생양이 될 것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우승 후보’로 꼽혔던 키움의 여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고척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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