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켈리. 스포츠동아DB
25일 잠실 LG 트윈스-두산 베어스전. LG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는 2회 두산 김재환에게 홈런을 허용한 뒤 갑자기 흔들렸다. 이후 집중 4안타, 4구 2개를 내주며 5실점했다. 1·3·5회는 삼자범퇴로 막는 등 2회를 제외하곤 거의 완벽했다. 하지만 2회 빅이닝 허용 탓에 5이닝 5실점의 패전투수가 됐다. 켈리는 지난달 20일 두산전에서도 2회 3실점하는 바람에 결국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졌다.
올 시즌 초반 한 경기를 잘 던지면 다음 경기에는 부진한 켈리는 구위에 비해 집중타를 허용하는 빈도가 잦다. 이런 기억 때문인지 LG 류중일 감독은 2회 두산 타자들의 배트 중심에 공이 정타로 맞아나가자 켈 리가 낀 글러브의 위치부터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류 감독은 “두산 타자들이 사전에 무슨 공이 들어오는지 알고 친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직구와 변화구가 언제 오는지 아는 것처럼 보였다. 직구와 슬라이더는 문제없지만, 체인지업은 가끔 투수들이 공을 쥘 때 글러브가 벌어진다”며 혹시 투구자세에서 어떤 습관이 노출되는지부터 먼저 살폈다. 코칭스태프도 정밀분석을 했다.
류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습관이 잘 들어서 투구자세에 차이가 크지 않지만, 외국인투수들은 가끔 이런 현상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투수들이 야수보다 큰 글러브를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러브가 커야 공을 쥘 때 타자에게 숨기기 쉽다.
하지만 LG 코칭스태프는 켈리의 투구자세에서 특별한 문제점을 찾진 못했다. 그렇다면 집중타 허용의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류 감독은 포수 유강남에게 구위를 물었다. 유강남은 “공이 한가운데로 몰렸다”고 답했다. 결국 25일 5실점은 습관의 노출이 아니라 2회 갑자기 컨트롤이 흔들린 것이 원인이었지만, LG 코칭스태프는 경계의 눈초리를 거둬들이진 않았다.
토종 에이스 차우찬은 24일 두산전 선발등판 도중 어깨 통증으로 한 타자만 상대한 뒤 물러났다. 27일 정밀진단을 받아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지만, 3~4주 공백은 각오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켈리마저 사소한 습관의 노출로 흔들린다면 LG의 여름은 더욱 힘들어진다.
잠실|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