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프리즘] 위기의 항공업계 ‘대량 실직’ 공포 비상

입력 2020-07-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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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이스타 이어 아시아나도 ‘노딜’ 우려
HDC현산, 아시아나에 재실사 요구
이스타는 법정관리 후 청산 예상
제주항공·대한항공도 유동성 위기
9월 이후 대규모 실직 도미노 불 보듯
국내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일으킨 퍼펙트스톰(각종 악재가 동시다발로 발생해 겪는 초대형 경제위기)에 신음하고 있다.

우선 무려 7개월째 이어지던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은 HDC현대산업개발이 24일 돌연 12주에 걸친 경영상황 재실사를 요구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항공업계에서는 HDC현산의 요구가 인수포기를 위한 ‘명분쌓기’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27일 대책회의에서 HDC현산의 요구를 논의했다. 만약 인수가 무산될 경우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8000억 원을 출자전환해 관리를 하다가 시장상황이 좋아지면 재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

제주항공의 철수로 벼랑 끝에 몰린 이스타항공은 전라북도의 자금지원과 새로운 투자자 확보에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법정관리에 이은 청산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재매각에 나설 때는 ‘통매각’ 대신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떼어 분리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고용유지지원 연장 불가시 대량 실직 우려
항공업계는 지금 모든 회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이스타항공 인수에서 발을 빼 눈총을 받은 제주항공만 해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1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부채는 1조815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483%다. 미지급금 1700억 원을 감당하면서까지 이스타를 인수하긴 사실 무리였다. 제주항공은 곧 1585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업계 맏형인 대한항공도 마찬가지다. 4월 국책은행을 통해 1조2000억 원의 긴급 유동성을 지원받았고, 이후 유휴자산 매각으로 자본 확충에 애쓰고 있다. 하지만 기대했던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은 서울시 공원조성계획과 충돌하면서 미루어졌고, 매물로 내놓은 알짜사업인 기내식과 기내면세품사업은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3자주주연합의 KCGI가 제동을 걸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9월 이후 닥칠 직원들의 대량 실직사태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등 LCC(저비용항공사) 사장단은 22일 국회를 찾아 고용유지지원금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현재 유급휴직 고용유지지원금은 연 180일이다. 이날 LCC사장단의 건의서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을 제외한 FSC(대형항공사) 포함 국적항공사 8곳의 유급휴직자는 1만7905명, 무급휴직자는 6336명으로 전체 직원의 65%에 달한다. 기간 연장을 하지 않으면 대부분 항공사가 9월 이후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정부 지원으로 겨우 인력을 유지하던 항공사로서는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

김재범 기자 oldfiek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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