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V리그 남자부 최초로 일본에 진출한 윤봉우 후일담

입력 2020-07-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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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우. 스포츠동아DB

2020~2021시즌을 앞두고 우리카드에서 임의탈퇴선수가 된 윤봉우(38)가 국내 V리그 남자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V리그에 진출한다. 실업배구 시절까지 포함하면 레전드 강만수 한국배구연맹(KOVO) 유소년육성위원장에 이어 2번째다. 여자는 2010년부터 2년간 JT 마블러스에서 임대선수로 활약했던 흥국생명 김연경이 최초다.

윤봉우는 일본 아이치현 이나자와시에 연고를 둔 나고야 울프독스와 최근 입단계약을 했다. 에이전트사인 이카루스 진용주 대표가 도왔다. 지난 시즌 가스파리니가 뛰었던 팀이다. 대만국가대표 류홍걸도 아시아쿼터로 합류했었다. 그러나 나고야는 한 시즌 만에 두 선수 모두와 계약을 끝냈다. 그 대신 새 시즌을 앞두고 공격전담 외국인선수로 폴란드대표팀 바토즈 카밀 쿠렉, 아시아쿼터로 윤봉우를 각각 선택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장신 센터가 부족한 일본은 그동안 여러 경로로 한국선수들에게 접촉해왔다. 2년 전에는 경희대에 재학 중이던 진지위의 영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진지위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나고야의 입단 테스트를 거부하고 대한항공에 입단했다. 당시 일본과 협상을 추진했던 진 대표가 이번에는 윤봉우와 접촉했다. 선수생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뒤 나고야와 협상을 시작했다.

나고야는 현대캐피탈과 교류를 통해 윤봉우의 기량을 익히 알고 있었다. 프로 통산 907개의 블로킹과 199㎝의 키는 경쟁력이 있었다. 문제는 적지 않은 나이와 지난 시즌 고작 16경기, 34세트밖에 뛰지 않은 점이었다.

나고야는 다양한 경로로 윤봉우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현대캐피탈은 “충분한 기량을 갖췄고 선수생활 의지가 높은 좋은 선수”라고 알려줬다. 우리카드도 “팀의 리빌딩 과정에서 선수보다는 코치 역할을 많이 맡겼기 때문”이라며 몸과 기량에는 이상이 없다고 확인해줬다.

우리카드와 재계약에 실패한 윤봉우는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되지 않는 한 은퇴를 피할 길이 없었다. 국내 V리그 모 팀에서 탐낸다는 소문은 돌았지만, 트레이드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성사가 어려웠다. 윤봉우로선 현역생활 연장 열망이 컸기에 조건이 나쁘더라도 일본에서 뛰겠다고 했다.

일본 V리그는 아시아쿼터를 통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선수를 영입해왔다. 기량이나 적응력 등을 고려하면 한국선수가 더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몸값이 너무 높고 선수들의 기대치 또한 커서 한국선수 영입은 쉽지 않았다. 대개 아시아쿼터 선수는 최소 7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윤봉우는 연봉이 10만 달러가 넘고 집과 차량을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도 구단에서 대신 내준다. 여기에 더해 우리보다 국제경쟁력이 앞선 배구를 배울 기회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혜택이기도 하다.

나고야 울프독스는 지난해까지는 나고야 고세이라는 팀명을 사용했다. 1961년 도요타합성으로 시작해 1982년 6인제 팀으로 전환했고, 1998년 처음 V리그에 승격했다. 2015~2016시즌 우승, 2016~2017시즌과 2017~2018시즌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7~2018시즌부터 핀란드 국적의 토미 틸리카이넨이 감독을 맡고 있다. 만일 윤봉우가 성공하면 국내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다른 선수들도 일본행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자유계약으로 풀린 여자부의 모 선수도 일본행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그동안 문을 닫았지만, 최근 특별한 경우에 한해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윤봉우는 이 특별 케이스로 일본입국비자를 신청했다. 그동안 모교인 한양대에서 훈련해왔다. 최근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도 “필요하면 우리 팀에서 함께 훈련하자”고 제의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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