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 유망주 고 최숙현을 괴롭힌 ‘그 사람들’…결국 용서받지 못했다

입력 2020-07-29 18:58: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한체육회는 29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고(故) 최숙현 선수 폭행 관련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과 관련 선수들에 대한 징계 재심의를 하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선처는 없었다. 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최숙현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간 ‘그 사람들’은 결국 용서받지 못했다.

대한체육회는 29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최 선수 사건 가해 혐의자들이 대한철인3종협회 공정위로부터 받은 징계가 과하다며 요청한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협회는 6일 자체 공정위를 열고 최 선수에게 폭행·폭언, 가혹행위를 일삼았던 김규봉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주장 장윤정의 영구제명을 결정했다. 또 남자선배인 김도환에게는 자격정지 10년을 처분했다.

이들은 협회의 징계 이후 체육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핵심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장윤정은 계속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김도환은 잘못을 인정하며 최 선수와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으나 10년 자격정지는 과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체육회 공정위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김병철 공정위원장은 “징계 소명자료와 증거 조서를 심도 있게 검토한 결과, 3명의 재심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했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 폭행 사실 등을 어렵게 진술한 선수들에 대한 2차 피해 대책을 신속히 강구해야 한다고 체육회에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긍정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듯 가해 혐의자들과 그들의 변호인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들이 사전 제출한 서면 자료 및 청문회 영상, 협회 실무진과 질의응답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기각을 결정했다.

이날 앞서 열린 제36차 체육회 이사회는 철인3종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했다. 박석원 회장이 24일 사퇴한 가운데 나머지 협회 임원진은 전원 해임됐다. 추후 구성될 관리위원회가 단체 운영을 맡는다. 관리단체 지정보다 무거운 준가맹단체로의 강등이 예상됐으나, 체육회는 애꿎은 선수들과 지도자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준가맹단체가 되면 지원금이 줄고 실업팀들까지 축소될 수 있어 이사회 현장에선 많은 트라이애슬론 지도자 및 선수들이 집회를 열고 ‘강등 반대’ 목소리를 냈다. 최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도 “딸의 사건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면 안 된다”고 동조했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관리단체로 지정해 내부문제를 살피고 정비하겠다. 쇄신하고 조직 문화를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