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의인화=배정대? 높아진 시선과 부담, 이강철의 격려

입력 2020-07-31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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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배정대는 2015년 1군에 데뷔한 이후 단 한 시즌도 100경기 넘게 출전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팀과 함께 스스로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6월 한때 잠시 움츠러들었지만, 이강철 감독의 조언을 바탕으로 심기일전해 7월 들어선 5월의 ‘크레이지 모드’를 재현했다. 스포츠동아DB

한 달간 25경기에서 타율 0.284(102타수 29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788. 특급까진 아니어도 리그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풀타임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배정대(25·KT 위즈)는 6월 이만큼의 활약에도 조급함을 느꼈다. 이강철 KT 감독으로선 배정대가 기특할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올 시즌 개막 이전부터 배정대를 주전 중견수로 못 박았다. ‘한두 경기 부진에도 변화를 주지 않을 테니 자신의 야구를 맘껏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아마추어 때부터 정상급으로 인정받은 외야수비에 거는 기대가 컸다. 타율로 환산하면 3할 이상의 수비를 지녔으니 타석에선 2할대 중후반만 쳐줘도 충분하다는 계산도 깔려있었다.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배정대는 5월 23경기에서 타율 0.373, OPS 0.977로 펄펄 날았다. 수비는 기대대로였고, 타격은 기대이상이었다. 스스로도 야구하는 재미를 한껏 느꼈다. 그러나 6월 들어 주춤했다. 스윙이 자기 마음대로 나오지 않으니 수비에서도 잔 실수를 범했다. 이 벽을 넘지 못한다면 또 한 번 만년 유망주의 껍질을 벗는 데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이 엄습했다.

이때 이 감독이 배정대와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감독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감독실로 선수를 부르지 않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7월의 어느 날, 덕아웃 벤치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던 배정대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야구는 물론 외적인 일상의 고민거리 등 주제는 다양했다. 이 감독은 배정대에게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으며 메시지를 줬다.

“우리는 지난해 5할 승률을 기록했다. 창단 최고 성적이었는데, 올해는 당연히 이보다 더 높은 곳을 봐야 한다. 때문에 같은 연패라도 지난해까지와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다. 너 역시 마찬가지다. 5월의 활약으로 너 자신은 물론 주위의 눈까지 높여놓았다. 하지만 6월에도 충분히 잘해줬다. 이를 너무 의식하진 말라.” 배정대가 생각을 바꾼 계기가 됐다.

프로팀이라면 매년 발전을 목표로 삼는 것이 의무다. 하지만 2018년까지의 KT는 승리보다 패배가 익숙한 팀이었다. 이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 초반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여름 대약진으로 창단 첫 5할 승률 달성에 성공했다. 올해 목표는 당연히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아직 5위와 격차는 있지만 5할대 승률을 찍고 있다. 이 감독이 배정대에게 그랬듯, 지난해 성적으로 KT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결국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은 배정대에게, 그리고 KT에 있다.

배정대는 29일까지 7월 20경기에서 타율 0.342, OPS 0.997로 반등에 성공했다. KT는 13승1무6패로 7월 성적만 따졌을 때 1위다. KT를 의인화하면 배정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KT도, 배정대도 정답을 찾아가고 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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