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예쁜 폼 좀 보여줘” 6년의 기다림, KT 조현우가 보여주기 시작했다

입력 2020-08-01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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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조현우는 입단 7년 만에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KT 조현우는 입단 7년 만에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아마추어 때부터 정석에 가까운 예쁜 폼으로 주목받았다. 거쳐 간 모든 지도자들이 흥미롭게 지켜본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1군에서는 그 폼이 통하는지 여부는 물론 등판 자체를 볼 기회가 드물었다. 조현우(26·KT 위즈)가 입단 7년 만에 자신의 잠재력을 맘껏 뽐내고 있다.

조현우는 7월까지 20경기에 등판해 18.2이닝을 던져 1패1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ERA) 2.89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1군 10경기에서 11.2이닝을 던진 게 전부였으니 이미 개인 최다 기록이다. 승·패·세이브·홀드 어떤 기록도 새기지 못했지만, 이제 승리만 남겨두고 있다. 눈에 띄게 준수한 건 아니지만 데뷔 이래 최고의 활약이라는 말이 결코 지나치지 않다.

불펜이 어려웠던 팀 사정을 감안하면 더욱 단비 같다. 시즌 초 주축 불펜자원의 줄부진으로 신음했지만 이강철 감독은 “쓰면서 만들어보겠다”는 다짐으로 조현우를 비롯한 이들에게 기회를 줬다. 조현우의 최근 활약을 보며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잘해준다. 점점 좋아진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해주면 정말 좋은 투수가 될 것 같다”고 극찬했다.

속구 최고구속은 140㎞대 초중반이지만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없는 폼인데다 회전수가 좋으니 위력이 강하다. 실제로 올 시즌 속구 79.7%, 슬라이더 16.5%로 투 피치 중에서도 극단적인 속구파 투수인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31일 만난 조현우는 “2018시즌을 앞두고 소집해제했지만 팔꿈치가 좋지 않았다. 때문에 2018년을 그대로 날렸다. 지난해부터가 본격적인 재시작이었다”며 “기록을 의식하기보단 지금 아픈 곳이 없다는 게 더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1군에서 꾸준히 뛰는 게 처음인데 팀 선배 이보근에게 먹는 것부터 생활 전반에 대한 도움을 받고 있다고.

조현우는 “고교 졸업 후 나도 여기서 뛸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들어왔는데 아마추어와 많이 달랐다”며 “지난해 2군에 있을 때도 텔레비전으로 중계를 지켜보며, 그리고 자기 전에도 1군 등판을 꾸준히 그려왔다”고 돌아봤다.

“(조)현우야. 그 예쁘다는 폼 한 번 꼭 보고 싶다”. 지난해 잠시 1군에 콜업됐던 조현우에게 이숭용 단장이 건넨 말이다. 2014년 입단한 조현우는 트레이드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으나 2017시즌 후 2차 드래프트로 KT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KT 원년부터 타격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했던 이 단장에게 조현우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조현우도 이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조현우는 자신이 주목받았던 이유를 증명해내고 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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